Field Note


2017년 8월 첫 주, 그 덥고 뜨거운 시즌에, 최선을 다하는 지리선생님 모임 소속의 선생님들과 대프리카에 더위체험을 하러 갔다.

원래는 답사인데, 반장난으로 더위체험하자고...


다만 함정이 있다면, 7월 중순에 강릉이 대구 못지않게 더웠다는 사실...

강릉은 여름철 월 평균기온이 서울보다도 낮은데, 거의 이상기후 수준으로 더웠다.

그러다보니 굳이 대구에서 더위체험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대구는 확실히 달랐다.


4일 최저기온이 24.3도였는데, 대구에 거주하는 모 선생님의 따님께서 이불을 안 덮고 자서 감기에 걸렸다니...

(일 최고기온은 4일 35.6도, 5일 36.5도 ......)



답사의 시작은 성서공단 쪽에서 섬유산업에 대한 답사를 하고, 역시 성서에 있는 와룡산에 올라가는 걸로 시작하려고 했으나

답사 전 날 강릉에서 너무 무리해서 ...... 하루 일정을 거의 날리다시피 해버렸다.



4일 밤, 수성못 인근에 음식점이 몰려있는 들안길의 한 식당에서 생고기와 오드래기로 30만원 치를 먹어치우고, 또 숙소에 들어와서 한참을 이야기하고서

5일 아침부터 답사를 시작하였다.


'캐주얼하우스 소노' 숙소는 도미토리 방도 운영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했고, 이런 도미토리 방은 단체로 와서 묵기에도 좋은 방이었다.


이 숙소는 남문시장네거리 인근에 있는데, 나오자마자 이야깃거리가 시작되었다.

남문시장네거리의 남문시장은 실제 대구읍성의 터와는 멀리 있다는 게 그것. 답사가 다 지나고나서야 여기가 왜 아닌지, 공간 개념이 생겨서 이해가 됐다.

남문 쪽에는 지금도 한약방이 많이 있는데, 그것과 관련이 있을 것처럼 한의원과 약국, 치과가 있다.


남문시장네거리의 다른 방향에는 헌책방골목이 있었지만, 휴가철 주말이라 그런지 문을 닫은 곳이 많아보였다. (아침이라서 그럴수도...)

사실 전국 어디서나, 헌책방의 경기는 불황이기는 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출구가 많다는 대구지하철 1,2호선 반월당역 23번 출구를 보고 길을 건너면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볼 수 있다.

2004년엔가 왔을 때, 이런 걸 만든다고 한다면서 처음 본 기억이 있는데, 그 때 이후로만 해도 13년 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그래도 여기를 지나가는 승용차, 트럭이 종종 있더라.)


오전 10시에는 한산했지만, 점심 이후만 되도 이 쪽도 핫플레이스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번 답사에서는 확인 못한 풍경)




답사는 박물관부터 시작하면 좋다.

대구근대역사관은 대구읍성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대구'의 '역사'에 관련된 공간답게 박정희와 삼성에 대한 공간도 할애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이 대구에서 시작된 건 맞는데, 삼성이 대구에 뭐 해주기는 했던가..


그리고 이 당시에 근대역사관 2층에서 '근현대교과서특별전'이 있었기에, 선생님들 모임이라서 조금 더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대구읍성이 훼손되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쓰여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분 나쁜 건, 

일제가 아니라 친일파에 의해, 그것도 경술국치 이전에 이미 대구읍성이 훼손되었다는 점.

저 박중양이라는 놈은 부관참시해야할텐데.


그러고보니 왜 저 글에서 '중구 도원동 일대'라고 했는지를 생각해보니, 저기가 '자갈마당'이 있는 곳이라서 그런 것 같다.

들은 얘기로는, 대구읍성을 훼손하고 성곽의 돌을 부셔서 자갈로 만들고 이 자갈을 성곽 멀리에 쌓아버렸고, 그곳을 자갈마당이라고 불렀다는 설명이 있다.

그런데 대구에서 자갈마당은 집창촌이라고...




근대역사관에서 나와 조금만 이동하면 북성로 공구골목을 만난다.

북성로는 대구읍성 성곽의 북쪽 벽이었던 곳에 놓여진 신작로.

그 성곽이었던 곳이 도로가 된 이후에 공구를 취급하는 상점들이 모여 지금의 공구골목이 되었다.


북성로 공구골목은 규모가 상당한데,

도시재생사업 차원에서 이벤트도 열고, 커뮤니티센터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사진은 북성로 공구박물관. 휴관이라서 내부를 구경하지 못했다.


북성로 공구골목에서 중앙로를 건너면 곧 동성로가 된다. 

동성로는 그러니까 대구읍성의 동쪽 성곽 벽이었던 곳.

동성로는 대구의 가장 번화한 거리가 됐다.

동성로의 북쪽 끝이 대구역에 연결되면서 그리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KTX는 동대구역에 정차하지만, 무궁화호는 동대구역 뿐만 아니라 대구역에도 선다.

우리가 동성로 초입에 있는 동안 무궁화호가 도착했는지 유동인구가 많았는데, 그 중에는 구미 학생도 있었다. (우리 서로 모른 체해서 고마워)


동성로 초입에는 교동귀금속골목이 있었다.


동성로는 곳곳에 나무와 벤치가 있는데, 대구의 열기를 조금이나마 식히기 위한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또한 동성로 바닥에는 대구읍성을 간략하게 그리고 동쪽 벽을 두껍게 표시한 표식이 새겨져 있어서, 이곳이 동성로임을 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성로는 대구역~국채보상로 구간은 가게가 많았지만 사람들이 이 구간을 목적지로 활용하지 않고 다만 통과하였다.

이 국채보상로 횡단보도를 건너서야 비로소 대구의 진짜 번화가가 시작되었다.


사진 속 멀리에 대구백화점(대백)도 보이고.



동소문 터를 구경하고 동성로에서 다시 중앙로를 건너면 이제는 남성로가 시작된다.

읍성의 남쪽 벽인 이곳은 옛부터 약령시가 열려, 한약재를 거래하는 가게와 한약방이 즐비하다.

이곳을 상징하는 냄새 역시 한약의 그 냄새.


대구는 소백산맥, 태백산맥 등에서 공급되는 풍부한 약재 덕분에 전국에서 손꼽히는 약령시가 발달했다고 한다.

대구 선생님은 대구약령시가 1위였다는데, 1위는 청량리 경동시장 아니었을까 하는 소심한 반항도 좀.



약령시가 모인 남성로 어딘가의 네거리 바닥에 영남제일문 팻말이 크게 박혀있다.

대구읍성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문이었다고 한다.



그 영남제일문 바로 바깥쪽에는 염매시장과 떡전골목이 있다. 둘은 사실 하나라고 봐도 될 정도이지만 떡전은 떡으로 특화됐으니까.

혼인과 관련하여 만드는 떡들은 다들 이곳에서 만든다고 한다.

답사를 인솔했던, 그리고 재작년에 대구에서 결혼한 윤 모 선생님 역시 떡은 여기에서 했다고..



그 염매시장의 바로 옆에 있는 현대백화점 앞마당에는 바로 이 계란후라이와 꼬깔콘이 있다.

최근 1, 2년 새 인터넷 게시판, SNS에서 대구를 대프리카라고 부르며 경이로워했는데, 이를 반영한 듯 이와 같은 조형물을 설치해두었다.

2017년 대구에서는 이 조형물이 큰 인기를 끌었다.


사실 우리도 이 조형물 때문에 대구 답사를 결정한 것인데,

알게모르게 이 조형물들이 관광객 유치에 일조했을 거라고 생각해본다.



이번 답사는 단시간에 너무나 많은 걸 봤기에,  여러 번으로 나누어 쓸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