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대구의 최고 기온이 35도 정도를 오르락내리락하던 그 날,

대구읍성 일대를 돌고, 근대문화거리를 거쳐 청라언덕을 오르기까지 했지만,

최.지.선(최선을 다하는 지리선생님) 소속의 선생님들은 더위를 먹고서라도(!)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열심히 걷고 있었다.



청라언덕에서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약칭 동산병원)으로 내려오면 모노레일로 만들어진 대구도시철도 3호선을 볼 수 있다.

사실 의정부에서 봤는데도 신기했다. 

같은 고가철도인 서울 2호선과 비교해도 깔끔하고, 차지하는 공간이 적어서 도시 내 단절이 좀 적은 느낌.




대구에서는 유난히 '거리'라는 말보다도 '골목'이라는 말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네이버/다음 지도에서 'ㅇㅇ거리'라고 표기됐더라도 대구 사람에게 들으면 'ㅇㅇ골목'이라고 한다던가 하는 그런 것.

이미 봤던 공구골목에서도 그렇고, 지금 찾아간 '타월골목', '오토바이골목'과 같은 곳들.


사실 이 호칭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있는데,

일단 '골목'이라기엔 넓다. 타월골목의 경우에는 심지어 국채보상로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고, 다른 곳들도 보통 타지인이 생각하는 '골목'에 비해 훨씬 큰 규모의 도로변에 위치한 것이 보통.

'거리' 대신에 왜 '골목'인가에 대한 의문도 있다.


타월골목이라는 이름답게, 타월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대개 이런 타월가게에서 거래되는 수건들이 기념품으로 제공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보니,

인근에는 상패, 청첩장 같은 유사 상품을 취급하는 가게들과 수건 제작에 필요한 염료, 물감 등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있었다.

물론 접근성이 좋은 곳에는 타월을 팔았으며, 타월골목에서 조금 뒤로 가면 부수적인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전자는 front-end, 후자는 back-end 같은 걸로 하면 되지 않겠나..




타월골목의 뒷편에서 달성공원 쪽으로 이동하는 길에 오토바이 골목이 있다.

오토바이 골목은 대학 주변 충무로에도 많이 있어, 오토바이가 늘어선 풍경은 그리 낯설지 않다.

다만 8월 첫 주 휴가철이라서 문을 닫은 가게가 많았던 걸로 보이지만, 그래도 영업하는 가게들이 몇 있었다.

오토바이 골목 곳곳에는 공구 가게들이 보이는데, 북성로 공구골목의 끝부분과 멀지 않기 때문에 서로 간에 혼재된 경관인 것으로 보인다.



오토바이 골목 끝까지 가면, 지금은 다른 회사의 부지 한 켠에 삼성상회의 흔적이 남아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삼성이 처음 자리 잡은 곳이라고 한다.

그 삼성상회는 이미 진작 없어지고 다른 회사가 들어섰지만, 나중에 삼성상회의 흔적만 이렇게 건물 모양의 조각으로 남겨놓은 것 같다.



삼성상회 부지를 보고 달성공원으로 가는 길에 만난 '순종황제순행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강요에 의해 대구에 순행을 왔던 순종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최근에 조성된 곳이다.

실제 열차가 다닌 것과는 전~~~~혀 상관 없는 곳이지만, 순종이 기차를 타고 왔기 때문에 철길을 굳~~~~~이 만들어서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달성공원 담벼락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경상누층군의 노두(outcrop).

이것을 통해서 경상누층군 퇴적층의 주향과 경사를 확인할 수 있는데, 나중에 보게 될 건들바위에서 관찰한 주향, 경사와 같다고 하니,

대구 전체에서 발견되는 경상누층군이 단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겠다.



오후 3시가 넘은 시각인데, 드디어 점심을 먹으러 간다.

그 점심을 먹는 곳도 동인동 찜갈비'골목'이다. 또 골목.

무려 달성공원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곳인데, 또 골목.


근데 찜갈비 안 먹고, 김치찜 먹었다. 맛있었다. 익히면 뭐 다 맛있지.





이 커플은 모르는 사람들이다.


점심 식사 이후에 찾아간 곳은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글을 작성하는 시점(17년 10월)에 갑자기 이슈로 떠오른 김광석인데,

그 김광석이 나고 자란 동네였던 대구 대봉동의 방천시장 뒷편 일대에, 예술가들이 모여 김광석을 기리는 거리를 하나 만들었다.

이 길의 공식 명칭은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이지만, 뭐 굳이 따지자면 이것도 대구 사람들이 좋아하는 '골목'의 하나일 것이다.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에서 웨딩골목을 지나 '건들바위'를 찾아갔다.

대단한 건 아니고, 저 두 명이 서 있는 그 바로 앞에 있는 그것이 건들바위.

건들바위에 새겨진 층리를 통해서 대구 중심에서 관찰가능한 경상누층군의 주향과 경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


또 하나.

지금의 주변 환경을 생각하면 건들바위는 정말 뜬금없는 위치에 드러난 바위인데,

사실 이 바위 주변은 복개 하천으로, 대구천이 흐르던 곳을 도로로 덮은 곳이다.

건들바위는 그 대구천이 범람하여 절벽이 깎여나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바위인 셈.

주변의 표지판에서도 그 대구천이 범람한 것과 관련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계획된 답사 코스는 마무리하고, 추가적인 답사의 기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