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역사학이 '시간의 흐름'을 다루는 학문으로 보는 것에 견주어, 지리학을 '공간'의 학문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시간지리학'이라고 하는 단어는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지리학에서 다루는 시간은 역사학에서 다루는 거시적인 시간이 아닌, 개인의 일상 생활에 관련되는 미시적인 규모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시간지리학은 인간이 단순히 공간만을 이동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공간을 이동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지리학에서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비현실적인 가정을 통해 공간을 일반화시키던 실증주의 지리학의 틀을 벗어나 실제 지역에 거주하는 인간을 탐구하는 인간주의 지리학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행태지리학'의 흐름과 연결된다. 시간지리학은 1970년대 헤거스트란트(Torsten Hägerstrand)의 룬트학파가 제시하여, 지금에까지 내려오고 있다.
시간지리학은 개인의 일상생활을 일정 시간 동안의 궤적으로 설명한다. 설명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위의 그림에 있는 방법들을 사용한다. 굵은 실선의 화살표는 한 개인이 일정 시간 (보통 하루) 동안 이동한 경로(path)를 나타내는데, 공간을 입체적으로 나타내 시간까지 표현될 수 있도록 하였다. (사실 그래서 그리기 어렵다)
그리고 어디서 어디로 이동할 때, 그 '어디'에 해당하는 부분, 즉 공간상에서의 각각의 점(point)들이 정거장(혹은 활동장, station)이 된다.
여러 사람의 경로를 그리게 되면, b처럼 특정한 station에서 만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만나는 지점은 활동꾸러미(혹은 활동묶음, bundle)이라고 불린다. 이러한 개념들을 통해, 시간지리학에서는 한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의 이동과 만남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그림의 c는 프리즘(prism)에 대한 것인데, 개인의 일상 경로 중에서, 여유가 생겼을 경우 주어진 이동수단(도보, 차량, 철도 등)을 이용해 최대한 이동할 수 있는 범위를 나타낸다. 그리고 그 경우 공간상에 투영되는 면적이 '통행가능면'이 된다.
개인의 이동과 관련되기에, 시간지리학에서는 세 가지 기본원칙과 제약 요인을 제시한다.
먼저, 기본원칙은
1) 사람은 누구나 하루 24시간을 부여받는다.
2) 어느 누구도 동시에 서로 다른 두 장소에 존재할 수 없다.
3) 서로 다른 두 장소를 이동할 때는 반드시 양(+)의 이동시간을 소비한다.
이것으로 인해, 제약요인이 발생하는데,
1) 능력제약 :: 인간의 생리적 조건, 도구 이용 능력에 따른 제약이다.
2) 결합제약 :: 생산, 분배, 소비를 위해 개인이 다른 사람, 도구와 얼마나 오래 결합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3) 권위제약 :: 특정 공간이나 시간 입지에 대해 접근이 허용되는 영역을 부여하는 제약이다.
이를테면, 교통수단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서울에 거주하는 K가 10분 만에 부산에 있는 S를 만나지 못하는 것, 백화점은 8시 넘어서는 들어갈 수 없다는 점 등이 제약에 해당된다.
또한, 여러 개인들 간에 이동경로가 겹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 시간의 차이로 인해, 만날 수도 있고,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 또한 시간지리학인 셈이다.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돌리게 되면, 더 이상 시간이 인간에 대해 가하는 제약만을 생각하지는 않게 된다.
예컨데, 오늘 (7월 3일), 제닉스님이 충무로 탐앤탐스에서 약 2시간 반에 걸쳐 다음 약속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일이 있었다. 약 4시 30분 정도에서부터, 6시 정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충무로 탐앤탐스에서 기다리고 있던 셈이다. 그 당시 나의 위치는? 바로 인근에 있는 대학교의 한 건물에서 조용히 공부하고 있었다. 내가 그 공부를 접고 바로 (10분 거리에 있는) 탐앤탐스로 내려갔다면 바로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역시 공부하고 있던 게 많아서, 랄까. 제닉스형에게는 사실 죄송하지만 (-_-)a
또 반대로, 6월 18일에 칼스피어를 노량진에서 충무로로 가는 507번 버스 안에서 만난 적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우연히 경로(path)가 겹치는 경우가 된 셈이다. 물론, 다른 우연한 만남의 경우에는 선(line)이 아닌 점(point)로 만나겠지만. 나는 노량진에서 학원 수강신청을 하고, 학교로 가는 길이었고, 칼스피어는 집에서 학교로 가던 길이었다고 한다.
결국은 각각의 제약 속에서, 만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도 든다.
또 다르게 활용하면, HappyGeo님의 이러한 버스타기 요령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자신이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시간지리학의 각종 원칙과 제약요인들이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치만... 대형마트도 12시면 문 닫고, 밤에는 버스, 지하철이 끊기는데?!
< 참고 문헌 >
김인, 박수진, 2006, 도시해석, 푸른길, pp. 262~265
박기호 외, 2005, "시공간 개인통행자료의 지리적 시각화", 대한지리학회 40(3)
시간지리학은 인간이 단순히 공간만을 이동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공간을 이동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지리학에서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비현실적인 가정을 통해 공간을 일반화시키던 실증주의 지리학의 틀을 벗어나 실제 지역에 거주하는 인간을 탐구하는 인간주의 지리학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행태지리학'의 흐름과 연결된다. 시간지리학은 1970년대 헤거스트란트(Torsten Hägerstrand)의 룬트학파가 제시하여, 지금에까지 내려오고 있다.
시간지리학은 개인의 일상생활을 일정 시간 동안의 궤적으로 설명한다. 설명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위의 그림에 있는 방법들을 사용한다. 굵은 실선의 화살표는 한 개인이 일정 시간 (보통 하루) 동안 이동한 경로(path)를 나타내는데, 공간을 입체적으로 나타내 시간까지 표현될 수 있도록 하였다. (사실 그래서 그리기 어렵다)
그리고 어디서 어디로 이동할 때, 그 '어디'에 해당하는 부분, 즉 공간상에서의 각각의 점(point)들이 정거장(혹은 활동장, station)이 된다.
여러 사람의 경로를 그리게 되면, b처럼 특정한 station에서 만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만나는 지점은 활동꾸러미(혹은 활동묶음, bundle)이라고 불린다. 이러한 개념들을 통해, 시간지리학에서는 한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의 이동과 만남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그림의 c는 프리즘(prism)에 대한 것인데, 개인의 일상 경로 중에서, 여유가 생겼을 경우 주어진 이동수단(도보, 차량, 철도 등)을 이용해 최대한 이동할 수 있는 범위를 나타낸다. 그리고 그 경우 공간상에 투영되는 면적이 '통행가능면'이 된다.
개인의 이동과 관련되기에, 시간지리학에서는 세 가지 기본원칙과 제약 요인을 제시한다.
먼저, 기본원칙은
1) 사람은 누구나 하루 24시간을 부여받는다.
2) 어느 누구도 동시에 서로 다른 두 장소에 존재할 수 없다.
3) 서로 다른 두 장소를 이동할 때는 반드시 양(+)의 이동시간을 소비한다.
이것으로 인해, 제약요인이 발생하는데,
1) 능력제약 :: 인간의 생리적 조건, 도구 이용 능력에 따른 제약이다.
2) 결합제약 :: 생산, 분배, 소비를 위해 개인이 다른 사람, 도구와 얼마나 오래 결합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3) 권위제약 :: 특정 공간이나 시간 입지에 대해 접근이 허용되는 영역을 부여하는 제약이다.
이를테면, 교통수단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서울에 거주하는 K가 10분 만에 부산에 있는 S를 만나지 못하는 것, 백화점은 8시 넘어서는 들어갈 수 없다는 점 등이 제약에 해당된다.
또한, 여러 개인들 간에 이동경로가 겹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 시간의 차이로 인해, 만날 수도 있고,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 또한 시간지리학인 셈이다.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돌리게 되면, 더 이상 시간이 인간에 대해 가하는 제약만을 생각하지는 않게 된다.
예컨데, 오늘 (7월 3일), 제닉스님이 충무로 탐앤탐스에서 약 2시간 반에 걸쳐 다음 약속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일이 있었다. 약 4시 30분 정도에서부터, 6시 정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충무로 탐앤탐스에서 기다리고 있던 셈이다. 그 당시 나의 위치는? 바로 인근에 있는 대학교의 한 건물에서 조용히 공부하고 있었다. 내가 그 공부를 접고 바로 (10분 거리에 있는) 탐앤탐스로 내려갔다면 바로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역시 공부하고 있던 게 많아서, 랄까. 제닉스형에게는 사실 죄송하지만 (-_-)a
또 반대로, 6월 18일에 칼스피어를 노량진에서 충무로로 가는 507번 버스 안에서 만난 적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우연히 경로(path)가 겹치는 경우가 된 셈이다. 물론, 다른 우연한 만남의 경우에는 선(line)이 아닌 점(point)로 만나겠지만. 나는 노량진에서 학원 수강신청을 하고, 학교로 가는 길이었고, 칼스피어는 집에서 학교로 가던 길이었다고 한다.
결국은 각각의 제약 속에서, 만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도 든다.
또 다르게 활용하면, HappyGeo님의 이러한 버스타기 요령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자신이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시간지리학의 각종 원칙과 제약요인들이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치만... 대형마트도 12시면 문 닫고, 밤에는 버스, 지하철이 끊기는데?!
< 참고 문헌 >
김인, 박수진, 2006, 도시해석, 푸른길, pp. 262~265
박기호 외, 2005, "시공간 개인통행자료의 지리적 시각화", 대한지리학회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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