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최선을 다하는 지리선생님 모임 (최.지.선) 정기답사, 부제 여름 대도시 투어의 2번째 도시는 광주광역시가 되었다.

지난 해 8월 대구 답사에서 대도시의 재발견이라는 타이틀을 깨닫고나서 결정된 이번 답사.

그러므로 이번 광주 답사의 주제는 광주 시내의 재발견! 이었을 것이다.


답사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광주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답사지역들이 나왔는데, 그 답사지들을 모두 잇는 환상적인 답사코스가 완성되었다.

태안 안면도에서 석호를 보고, 광주에서 하루를 보내고, 구례에서 선상지를 보는 퐌타스틱한 코스.

다만 금요일에 출발하는 일정 상, 금요일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1정 연수 때문에 태안의 석호는 볼 수 없었다.

(심지어 답사자료집에 석호 자료는 내가 준비했음에도...)



다만 나중에, 우리의 드론, 최지선 1호기가 촬영 후 컨트롤을 잃고 그만 익사했다는 슬픈 소식만을 듣게 되었다.

하필이면 짠물에 다이빙하는 바람에...... 살리기도 힘든 것 같다.

추락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모인 쪽으로 날아가버린 바람에, 모두가 위험했다는 얘기도 추가.




1. 송정 떡갈비 & 광주송정역


(떡갈비 사진은 인솔자 서태동 선생님의 사진)


8/10 광주에는 엄청난 소나기가 퍼붓고 지나갔다.

소나기 지나가자마자 도착한 광주에서 먼저 만난 것은 물론 최지선 멤버들, 그리고 송정떡갈비.


담양 말고 송정에도 떡갈비가 유명해서 광산구청 근처에 떡갈비거리가 있을 정도.

이번 포함해서 세 번을, 그것도 다 다른 집에서 먹어봤는데, 정말 모든 집들의 특징이 조금씩 다르다. 

그래도 떡갈비는 모두 비슷하고, 맛있다.


그 중에서 이 날 찾아간 곳은 동성떡갈비.



떡갈비거리에서 송정역시장으로 이동하는 길에 나눴던 얘기는, 

광주에서 송정이 차지하는 인지적 위치, 또는 송정의 인지지리 (cognitive geography) 같은 이야기였달까.

그리고 광주광역시의 중심에 대한 이야기.


광주 광산구에서 중심은 송정역을 중심으로 하는 (구)송정읍/시 구역이 되고, 그 밖에 하남, 수완지구 등이 신시가지로 성장한 지역이 되겠다.


1935년 광주군 광주읍이 광주부로 승격하여 독립한 이후,

1937년 광산군 송정면이 송정읍으로 승격, 1986년 송정시로 승격하였으나, 

1988년 송정시, 광산군이 광주직할시 광산구로 편입되면서 지금의 행정구역이 되었다.


송정이 성장한 것은 호남선 송정리역 (최근 광주송정역으로 개칭) 때문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광주역으로 직행하던 KTX가 있었지만, 그 노선이 폐지되고 현재 KTX는 광주송정역에만 정차하고 있다. SRT도 당연히.

하지만 대부분 통과하는 인구이기 때문에 송정이 제대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지는 못했다. 광주공항이 바로 인근에 있는 것도 이유일지도.

(이때, KTX와 SRT가 같이 선다는 말에 놀란 서울 사람들이 몇 있었다는 건 안 비밀... 수도권에서만 구분되어 있다.)


아무튼 그 광주송정역을 지나가다 만날 수 있다. 광주 시내의 대부분의 지역과는 접근성이 낮아, 광주시민들의 여러 불만을 담고 있는 역이기도 하겠다.


광산구의 광주광역시에 편입됐기 때문에, 광주광역시의 지리적 중심도 광주시내와는 거리가 있는데

아주 먼 옛날 호기심천국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을 때, 그 위치를 조사한 바 있다.

현재 광주광역시의 지리적 중심은 상무지구에 해당하는 서구 치평동에 있는 취수장인가 하수처리장인가 하는 뭐 그런 곳이라고 한다.

이곳은 구시가에 해당하는 금남로, 충장로와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이 되고 오히려 송정에 가까운데, 개발되지 않은 광산구 서부의 면적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재 광주광역시청이 있는 상무지구는 원래 도시지리학적 개념에서는 외곽의 신시가지에 해당해야 하지만, 현재 광주광역시의 중심에 가까운 위치인데,

이것 역시 송정을 편입한 이후의 광주광역시가 크고 작은 두 개의 중심을 가진 형태의 도시가 되었기 때문.


광주 한가운데 있는 기아자동차 광주 1,2공장의 위치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 원래 외곽...... (그만하자 이제)




2. 송정역시장



송정역전매일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했지만, 동네 사람들이나 찾던 낡고 별 볼일 없던 시장에

젊은 사람들과 기업(현대카드)이 개입하면서 완전히 탈바꿈한 시장이다.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업에 참여한 현대차그룹 중 마케팅에 강한 면모를 보여준 현대카드가 투입되면서 전통시장 활성화의 좋은 모델을 보여주었다.


많은 비가 내린 날이라 그런지, 송정역시장도 한산해졌다. 찾아간 시간이 늦기도 했다. 밤 10시가 다 되어가던 때라서 닫은 곳들도 많고...


2016년에 송정역시장에 왔다가 사진도 찍고 먹을 것도 먹고 하면서 즐기고 갔었는데, 사실 그 2016년과는 별로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관련 글 : 16.11.19. 광주 1913송정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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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인근에 다솜채 게스트하우스라는 한옥 게하.

송정시내에 한옥이라니 무슨 조화일까 싶지만, 시설 깨끗한 한옥이었다.

내부 취식에 민감했던 게 있어서 조금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숙박업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럴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모 선생님 때문에 상무지구 갔다가 해 뜨고 들어오느라... 아 젠장...

답사에서 술 많이 먹는 것 좀 그만할 때도 됐는데, 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 아, 젠장...




3. 국립 5.18 민주묘지



광주가 민주화의 도시라고 불리우게 된 계기인 5.18 민주화운동으로 희생된 분들을 모신 묘역.

지금도 망월동 묘역으로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망월동 공원묘지에 마구잡이로 묻혔던 것을 정리해서 새로 조성한 게 현재의 국립 5.18 민주묘지라는 설명.


미리 신청하고 가면 합동분향도 가능한데, 묘역에 있는 모든 분들이 들을 수 있게 방송해주는 것 같았다. 


이후에 해설사 분으로부터, 다양한 희생자들의 사연을 들었다.

그리고 묘역을 둘러보다가 또 어떤 분으로부터, 또 다른 사연을 듣고... 

안타까움과 분노, 그런 감정들로 지배되는 시간들이었다.


그러고보니 추모탑에 대해서도 여러 말이 있는 것 같다. 너무 거대해서 오히려 위압적이라던가, 묘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던가 하는 이야기들.



묘역들 중 가장 앞부분에 있는 묘지들.

비석의 4면에는 가족, 출생/사망일, 그리고 비석문들...

겨우 국민학생, 중학생 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들의 묘지도 있다. 아까 들었을 너무나 말도 안 되고 안타까운 사연들의 주인공들이었을 것.


광주 또는 호남 사람들에게 프로야구는 감정의 표출구로 기능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

그게 비록 그 새끼 때문에 만들어져서 운영되고 있지만, '타이거즈'라는 팀으로 단결하고 팀의 활약으로 차별받아온 여러 상황을 해소하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2000년대 이전에는 5/18을 낀 시리즈는 광주에서 열리지 않았다. 그 시기를 즈음해서 정치적 움직임으로 확산되는 걸 원하지 않았던 권력자의 압력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4.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C)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C 야경 (2018.7.21.)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 계엄군에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곳인 (구)전남도청 부지에 만들어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남도청은 2005년 목포-무안에 있는 남악신도시로 이전)


사진 상에서 왼쪽에 있는 건물이 구 전남도청의 본관, 오른쪽에 옛전남도청이라고 표기한 것이 별관 건물이다.

외형은 남아있긴 하지만, 여전히 구 도청의 원상복구를 원하는 목소리가 많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C (2018.7.22.)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구 도청의 외관을 유지하는 대신, 주변을 모두 파내고 그 아래로 넓은 공간을 만들어냈다.

즉, 지하에 모든 시설을 갖춘 셈인데, 새로 짓는 ACC의 건물들로 인해 구 도청 건물이 가려지는 일을 방지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아래에는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다.

답사일 (8.11.)에는 경사진 광장에 어울리게 워터슬라이드를 만들어두고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ACC는 도슨트 투어로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이미 작성된 다른 선생님들의 답사기를 보니, 원래 예약한 ACC 전체를 보는 도슨트 투어는 놓쳤다고.

그리고 라이브러리파크만 도슨트 투어로 진행하였다. 뭐 사실 라이브러리파크 소개 정도가 되겠는데, 내부 시설에 대한 간단한 소개 정도가 되겠다.



아시아문화전당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게, 아시아의 여러 측면에 대한 정보를 모아두고 전시하고, 연구도 하는 곳이라는 설명.

점점 보다보니, 이 라이브러리파크가 되게 지리적인 요소가 많아보여서 점점 흥미가 올라오고 있었다.

인구, 도시에 대한 내용들도 많고, 심지어 지리학 서적들도 여럿 진열하고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볼 부분도 있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지하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건물로 빛을 받아들이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만들어두었다.

특히 이 부분은 축대와 건물을 붙이지 않고 떨어뜨려두어, 지하의 어두운 면도 제거하는 효과를 가진 공간...

......이자, 전날 과음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못해 고생하는 나의 휴식처.

휴, 잠시나마 행복했다.




5. 예향식당


(백반 사진은 인솔자 서태동 선생님의 사진)


점심식사는 시내의 예향식당

14명이나 되는 거대한 인원이 들어가기엔 좀 버겁긴 했는데, 그래도 여차저차해서 모여서 먹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게 이 날 첫 끼였던 내 상태였는데, 여차저차해서 이 때를 기점으로 회복되어갔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다양한 반찬이 나오는 백반.

양념게장의 양념 맛이 집에서 먹는 것과 비슷해서 놀랬는데, 쉽게 바스러지는 게 좀 아쉬웠다.

하지만 미역국에 게가 들어있는 것이 가장 놀라웠던 점. 분명 맛이 다르다. 



식당에서 메롱메롱한 상태를 회복할 단서를 마련하고, 양림동으로 이동하였는데

답사기는 일단 끊어가기로... 너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