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간밤에 묵었던 숙소는 소낭 게스트하우스.
이곳은 두 가지 이벤트로 유명한 곳이다. 하나는 저녁의 바베큐 파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새벽의 오름투어이다.
바베큐 파티야 예하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인원 수 맞으면 하고 있지만, 오름투어는 소낭에서만 할 수 있다. ... 문제는 새벽이라는 것.


1. 오름 투어 - 용눈이오름

07:45 ... 기상하라는 촌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늦었으니까 얼른 타란다. 잠옷에서 옷 갈아입고 등산화 신고 나가려는데, 이게 생각보다 좀 걸린다. 늦으면 떼어놓고 간다니, 이건 무슨 1박2일 아침 복불복도 아니고 -_-..
원래 7시 이전에 일어나야 되는데, 비가 와서 늦게 올라간다나... 일출은 이미 글렀고, 구름이 좀 껴도 괜찮다는 용눈이오름에 가게 됐다.
용눈이오름당일 소낭 게스트하우스의 투숙객들 ㅋㅋ

용눈이오름은 입구가 참 제대로 있다. 참고로 제주도에 있는 그 많은 오름들이 관광지는 아닌 관계로, 일부 오름을 제외하면 접근하기가 썩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 그 날 같이 올라갔던 사람들. 이렇게 사람이 적었으니, 바베큐 파티도 못한거다... ㅠㅠ 이 중 형님들 3분은 친구분들이고. 나머지는 각자 혼자 왔다.
용눈이오름 분화구용눈이오름에서.

용눈이오름은 항공사진(네이버지도)으로 보면 두 개의 분화구를 확인할 수 있다. 정상에 크게 하나, 그 안에 작게 하나. 즉, 두 번의 폭발로 인한 이중화산으로 확인된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다랑쉬오름이 거의 원형인데 비해서 용눈이오름은 모양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지질, 시간 등 이유로 인해 더 많이 침식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대략 용눈이오름으로 오름투어를 갔다와서는 아침 먹고 바로 일정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보통 10시면 출발할 수 있는데, 우린 오름투어를 늦게 갔다온데다 ... 같이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의 스쿠터 바퀴에 빵꾸가 난 관계로 ... 그냥 같이 놀면서 기다렸다가 11시에 출발했다.

동시에, 나 포함 4명의 '같이 움직이자' 프로젝트도 실현되었다. 실제 4명의 일정이 (당연히) 모두 달랐는데, 이를 적절히 합의해서 하나의 일정으로 통일시켰다. 물론 주도권은 차를 가진 나에게 있었다. -_-v ...  이하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일정.


2. 성산일출봉

제일 먼저 간 곳은, 소낭에서 가까이 있는 성산일출봉이다. 넷이 일정이 다르긴 한데 이 쪽으로 가는 건 공통적이라서, 우선 이 쪽으로 잡았다.
성산일출봉 등산로성산일출봉 근처의 육계사주

올라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다만 좀 놀면서 올라가서 시간이 좀 걸렸는데 ㅋㅋ 보이는 게 죄다 신기하니까 자꾸 사진 찍기 바빴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 답게 사람도 굉장히 많았고 ... 바람도 많았다 ... ㅠㅠㅠㅠ
성산일출봉은 응회구(tuff cone) 또는 호마테(homate)로 유명하지만, 또 하나 육계사주로도 유명하다. 육계사주는 위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실제 접해보면 폭이 넓은 편이다.

성산일출봉

앞서 언급했듯, 성산일출봉은 응회구 또는 호마테로 분류한다. 공식적으로는 '응회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응회구는 기저부 지름에 대한 높이(비고)의 비율[각주:1]이 1/9~1/11 정도인 화산체이다. 또한 대표적인 수성화산으로, 마그마가 상승할 때 얕은 바다물이 빠르게 가열되어 수증기압이 상승됐고, 이로 인해 큰 폭발이 일어나면서 만들어진 화산이다.

같이 다녔던 사람들해녀 물질 공연

성산일출봉에서 갖가지 재밌는 사진들을 찍으려 노력했으나 ... 다 평범하게 마무리됐다. 바람이 심해 삼각대를 두고 사진찍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 사실, 저 단사도 모험이었다. 최대한 삼각대를 낮게 잡고 ... ㄷㄷㄷ
이렇게 놀다보니, 해녀물질공연 시간이 되어서 잠시 구경했는데 ... 노래하면서 물질 동작들을 시늉만 내고 있어서, 꽤 실망한 채 돌아갔다. 돌아가다보니, 해녀분들이 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치만 ... 물질은 밖에서 잘 안 보이잖아? 관심은 갔지만,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

대신 점심은 전복죽 먹었다. 물론 거기서 먹은 건 아니다만 ㅋㅋ


3. 섭지코지

지니어스 로사이 입구글라스 하우스올인 하우스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섭지코지이다. 유명 관광지답게 입장료도 있고(?!), 사람도 많았다. 성산일출봉 바로 옆에 있어서, 성산일출봉과 함께 들르는 사람이 많다.
올인을 안 봐서 ... 뭐가 나왔는지는 정확히 모르겠고. 섭지코지에는 여러 건물들이 있는데, 같이 간 사람의 주장으로, 지니어스 로사이에 들어갔다. (사진 1번째) 입장료를 따로 받는것도 좀 별로인데,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분수 때문에 '이건 뭐 어쩌자는건가' 라는 생각만 딱 들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분수에서 나오는 물이 죄다 날렸기 때문에. (참고로 나올 때도 그 물벼락 또 맞는다) 내부는 비교적 한가하고 여유롭게 꾸며져 있다. 사진이 없는 이유는 ... 너무 어두워서 딱히 찍을만한 게 없었기 때문.
2번째 사진은 글라스 하우스로, 지니어스 로사이와 같이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만들었단다. 대충 외관만 봤다. 글라스 하우스에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다. 어느 블로그에서 봤는데, 가격이 엄청나다. 안 가야지. 밖에 있는 휘닉스 아일랜드에 가면 던킨도 있다. -_-
3번째 사진이 그 유명한 올인 하우스인데... 이것도 밖에서만 봤다. 밖에서만 보면, 사진에서 보이는 게 전부 -_-;


섭지코지는 일종의 오름이다. 백과사전이나 여행 설명에 보면, 붉은색의 송이(스코리아)로 뒤덮여 있어서 붉다고 했는데 ... 이건 뭐 ... 잔디, 갈대 투성이라서 송이를 보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리고 바람이 좀 쎄서 송이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아무튼 섭지코지 일대가 만들어진 과정은 성산일출봉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섭지코지의 입구 중 하나인 휘닉스 아일랜드 근처에는 용굼부리와 여의주라는 곳이 있는데, 작은 분화구이다. 이 분화구를 중심으로 섭지코지를 만들었을 것이다. 즉, 바닷가에 만들어진 수성화산으로, 후에 사주를 통해 제주도와 연결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올인하우스 근처에는 '협자연대'라는 봉수대도 있어서, 왜구 침입시 경고 역할을 했다. (동시에 등대 역할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_-;;)

전체적으로 섭지코지는 제주도의 여러 관광지 중에서 가장 개발의 흔적을 많이 느낄 수 있다. 도로가 포장되어 골프 카트가 굴러다니고 있으며, 여러 건축물이 있어서 자연스러운 풍경을 주지는 못한다. 다만 해안가 절벽에서만 자연의 위대함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알았는데, 섭지코지의 입구는 두 개이다. 휘닉스 아일랜드를 거쳐서 들어가는 방법과 바로 섭지코지 절벽 쪽으로 가는 방법. 전자는 입장료 2천원을 받는 대신에, 지니어스 로사이 입장시 할인된다. 그리고 주차요금을 따로 받지 않는다.


4. 성읍 민속마을

이 날의 마지막 코스는 성읍 민속마을인데... 여기에 도착한 시각이 무려 ... 17:30 ... 해 떨어질 때가 다 됐다... ㅠㅠ 아쉽지만 대충대충 보고 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성읍 성곽정의현 객사

현재 표선면 성읍리에 속하는 성읍민속마을은 과거 정의현이 있던 곳이다. 그래서 성곽과 객사, 향교를 갖추고 있다. 특이한 건 육지의 건물들과 달리 검은 현무암을 맞춰서 쌓아 지은 건물이라는 점이다. 서울에서는 화강암을 네모나게 잘라서 사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성읍민속마을에서 제일 처음 본 건, 제주 흑돼지였다. 소위 똥돼지라고도 부르는 이 녀석은 화장실 밑에서 키웠기 때문에 이렇게 불렸다. 정말 색이 새까매서 더 어두웠으면 좀 놀랬을 것 같다.
전형적인 제주도 초가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시간의 여유가 되고, 좀 더 준비해서 이곳에 왔더라면, 가옥 구조도 좀 꼼꼼히 조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즉,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ㅋㅋㅋ


전통적인 초가가 성읍을 주도하는 경관이지만, 그들의 생활은 엄연히 현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붕만 초가일 뿐, 외관에서만 보아도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생업과 관련된 물품, 도구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우물

하나 특이한 것은 이 구멍인데 ... 이건 우물이다. 물은 취락의 입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내륙에서는 물을 구하기 어렵다고 하는 제주도이고, 성읍은 분명 제주도 내륙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취락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우물 덕분이다.
(그나저나 난 제주도에서 용천은 못 봤는데 우물은 봤네 -_-;;)

아쉽지만, 성읍 민속마을은 이 쯤에서 ... 접을 수 밖에 없었다. 해가 떨어져서 잘 안 보였기 때문.


이 날 숙소는 둥지황토마을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원래는 와하하 게스트하우스를 갈 생각이었는데, 일행들과 숙소까지 같이 가기로 합의를 해서 그냥 바꿔버렸다. 와하하는 예약 안 했었거든 -_-a ㅋㅋㅋ
둥지황토마을을 오밤 중에 찾아가서 제대로 못 봤었는데, 웬 버섯 같이 생긴 집들이 잔뜩 있길래.. 잘 못 온 줄 알았다 ㅋㅋㅋ
둥지에서는 같은 학교 같은 과로 복수전공한 (-_-;) 선배도 만날 수 있었다. 그 밖에 제주시외터미널에서 성산 쪽으로 오면서 같은 버스를 탔으나 그 때는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이제서야 말을 하게 된 두 여성분들도 볼 수 있었다. 참 대단한 인연이 있던 곳.
다른 게스트하우스와 다르게, 사장과 부장이 적극적으로 뒤풀이에 참여했는데, 둥지 운영방침(?)을 자꾸 설명하려다 보니 좀 억지 같았달까... 재밌었고, 인연도 많았지만 ... 어쩐지 찜찜했다. 무엇보다 ... 술을 좀 많이 마셨다. -_-;;;



  1. 이 비율이 1/5~1/6 정도이면 스코리아콘(scoria cone), 1/9~1/11이면 응회구(tuff cone), 1/10~1/30이면 응회환(tuff ring)이라고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