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하루가 정말 무지막지하게 길었던, 그러나 날씨는 엄청 좋았던 5일차의 다음날.
5일차는 날씨가 엄청 좋았지만, 6, 7일차는 날씨가 구리다는 예보가 함께 하고 있었다. 특히 6일차 밤부터 7일차 오전까지는 비가 엄청 온다고... (결론은 구라청 인증이었지만 -_-)

어제 갯깍 주상절리대까지 무리하게 소화했던 바람에, 그리고 다리가 너무(x100000000000000) 아프고 피로도 누적되어서, 이 날은 상당히 많이 여유를 가지고 다녔다.


사이 게스트하우스에서는 꾸준히 이어진 인연은 없지만, 나름의 재밌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북카페로 쓰는 2층 한 쪽에서 게스트끼리 모여서 다 같이 재밌게 한 잔 하고 잘 잤다. 지금까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중에서 가장 바다와 가까웠던 덕분에, 일출도 볼 수 있어서 기상시각은 7시로 다른 곳보다 조금 빨랐다. (그 다음 빨랐던 곳은 ... 늦어서 7시 40분이었던 소낭) 일출은 7시 반 쯤에 있었다.


지금까지 일출을 보면서, 오메가를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지금 이 곳에서 처음으로 오메가 일출을 보았다. 더불어 떠오른 해가 바로 구름 속으로 들어가버리는 장면까지. 한참 뒤에는 빛내림까지 감상할 수 있었으니, 이 날 일출의 경치는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것보다도 뛰어났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그 놈의 전깃줄 -_-..

사이 게스트하우스는 아침을 제공하는데, 다른 곳과는 다르게 따로 아주머니를 두고 밥을 해준다. 가격은 5천원이었던가. 메뉴는 아주머니께서 무슨 생선을 사오시느냐에 따라 다른데, 이 날은 무려 옥.돔.구.이.!!!!!! ... 아아, 그것은 무려 비싸고 혼자 먹기 뭣해서 먹지도 못 해 본 그 생선이 아닌가!! ㅠ_ㅠ.. 아침을 많이 안 먹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먹었다.



1. 송악산

아무튼 정신을 차리고 제일 먼저 간 곳은 송악산이었다. ... 웬만하면 걸어서 갈 만도 하지만, 또 정상도 갈 만도 하지만 ... 그러지 않았다.
정말 웬만해서는 걷고 싶은 생각조차도 사라질 정도의 다리 상태 때문에... 휴 ...

아무튼 송악산은 거의 꼭대기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친절하게 차를 돌릴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걱정 없이 올라갈 수 있다. 다만 올라가는 길은 차가 교행할 수 없는 좁은 길이라는 걸 감안해야 되고, 올라가도 주차할 데가 썩 많지 않다는 것도 주의. 그리고 ... 차로 올라가면 걸어가면서 볼 수 있는 경치를 감상할 수 없다는 것.

송악산 이중분화구송악산 이중분화구송악산 정상 방향

송악산도 이중화산이다. 성산일출봉처럼 수성화산이 송악산 바깥쪽을 구성하고 있고, 안에는 보통 오름처럼 솟아있는 형태이다. 안에서 보면 큰 분화구 안에 화산체가 또 있는 것을 잘 볼 수 있다.



2. 모슬봉

모슬봉


... 은 가려다 실패 -_-
네비게이션을 너무 믿었던 것이 문제였다. 지도를 한 번만 찾아서 볼 걸 ... ㅠ_ㅠ
분명 네이버 지도에서도 그렇고, 갈 수 있다고 보고 코스에 넣었는데 ... 네비게이션 (아틀란 -_-) 에서 안내한 곳은 모슬봉 정상으로 가는 길이 아닌, 다른 길에 있는 무슨 공동묘지 ... -_-
그 공동묘지가 올레길의 일부라는 점에서도 많이 놀랬지만, 어째서 그런 길을 알려주고 가란거냐 -_-.. 그럼 저 위에 건물은 무엇이더냐!!

휴 ...
아무튼 모슬봉은 ... 한 번의 용암 분출로 생긴 순상화산이다.
제주도의 전체적인 모양과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정상부까지 완벽한 순상화산체이며, 한 번의 폭발로 만들어졌다는 것.



3. 산방산

모슬봉을 올라가지 못함에 실망하면서, 산방산으로 갔다. -_-..
더불어 때가 되면, 전에 소낭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서 그 다음날 하루를 같이 다녔던 사람들 중 한 명을 만나겠거니 하는 생각에서도, 일찍 좀 갔다. (원래 만나기로 약속을 해 둔 상태였다. -_-;; 그냥 쓰고 보니 이상하네)


제주도 대부분의 지형들은 유동성이 큰 알칼리성 용암[각주:1]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특이하게 산방산은 산성 용암[각주:2]에 의해 만들어졌다. 잘 흘러가지 않는 용암 때문에, 분출한 용암이 멀리 흘러가지 못하고 위로 누적되면서 쌓인 모양이다.



특이한 건 이런 것들인데 ... 이것들은 산방굴사 가는 길에 볼 수 있던 것들이다. 산방굴사의 해발고도는 약 200m 지점으로, 현재 고도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지형이다. 왜냐면 이것들(산방굴사 사진 제외)은 타포니(tafoni)인데, 이것은 바닷물과 직접 만나거나 가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고도에서는 타포니가 만들어지기에는 거리가 많이 멀다.
바닷물이 암석의 입자 사이에 들어가서 증발해버리면, 염분의 결정이 입자 사이를 벌리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타포니이다. 따라서 타포니는 바닷물이 가까이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또한 산방굴사는 해식동(sea cave)인데, 이것은 파도의 직접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

따라서 산방산은 초기에 바다와 아주 가까이 있었고, 직접 영향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이 계단은 ... 남들은 쉽게 올라갔지만, 나에게는 정말 지옥의 문이었다. ㅠ_ㅠ..
대개 올라갈 때는 죽을만큼 힘들지는 않았는데, 이 날만큼은 올라갈 때도 죽을 맛이었다. 내려갈 때는 말할 것도 없었을 정도. 날씨도 별로고 하니... 그냥 여행 때려치우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정도였다... ㅠ_ㅠ

용머리해안 .......하멜상선전시관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하멜상선전시관은 가까이 있어서, 입장료도 한 번에 받는다. 세 곳을 모두 묶어서 2,500원. 그러나 파도가 너무 쎄서 용머리해안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다. 그리고 하멜상선전시관은 입구에서부터 계단이 너무 많아서 ... GG ... ㅠ_ㅠ



4. 안덕계곡

안덕계곡

안덕계곡은 창고천의 일부로, 바다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안덕계곡이 만들어진 원리는 천지연/천제연폭포와 다르지 않다. 두부침식이 상류까지 진행되어 계곡이 깊게 파인 결과이다.
계곡이 깊고, 상록수림이 있어 널리 알려져 있으나, 잘못하다간 여기다 목숨을 걸 수도 있다. 지금은 낙석 경고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어서, 출입을 금하고 있지만 ... 딱히 지키는 사람도 없어서 그냥 들어갔다. -_-;; 이것도 겨울이니까 가능하지... 해빙기에는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 해빙기에는 진짜로 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굉장히 계곡이 깊고,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아서 음침한 분위기이다. 그러면서 절벽의 높이는 상당하기 때문에 매우 위협적이다.
전체적으로 거친 표면의 절벽들이 많은 것도 특징.



5. 건강과 성 박물관

아까 만나기로 했다는 그 사람... 아직도 못 만나고 기다리자니, 시간도 꽤 남았길래 ... 그냥 들어갔던 곳이다.
촬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사진을 찍기보다는 그냥 구경하자고 들어간 거라 ... 사진은 없다 ㅋㅋㅋ ㅠㅠ
뭐랄까... 오감을 자극하는 재미가 있달까... ㅋㅋㅋ
19금이라고는 하나, 성교육적인 요소도 있어서... 굳이 19금으로 안 해도 될 것 같다.
(사실 중고딩들도 야동 다 보는 마당에 -_-... / 실전 체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ㅋㅋㅋ)



6. 대평 물고기카페

건강과 성 박물관을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 때 시각이 대략 1시 30분 쯤...
이 날 그렇게나 만나야 했던 사람을 ... 건강과 성 박물관에서 만나고 바로 차에 태워서 물고기카페로 갔다.

이 곳은 오늘의 주요 목적지!

비가 와서 사진이 게으른 건 ... 뭐 어쩔 수 없다. ㅠㅠ
이 날 서귀포에서 13~18시까지 20mm가 내렸던 날이다.... (물론 내 카메라는 강하게 컸지만... 귀찮은 건...)
같은 이유로 주변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ㅠㅠ
다음에 대평에 가면 꼭 주변도 둘러보고 밥도 먹으리라.

뭐 ... 같이 갔던 사람들(나중에 추가됨)과 얘기하고 노는 게 목적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고...



물고기카페는 장선우 감독님과 그 아내분께서 운영하는 카페이다.

물고기카페가 있는 대평포구 쪽은 올레 8코스의 종점이자, 9코스의 시점이기 때문에, 많은 올레꾼들이 오는 곳이다.
일행 중 한 명도 올레 8코스를 바람 같이 걸어서 ㅋㅋㅋ 3시 쯤에 도착하였다. 한 4시간 걸렸다고 한 것 같다.

이미 연락을 해봤다던 일행에 따르면, 장선우 감독님 되게 재밌어서 만나면 완전 재밌는 분위기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장선우 감독님은 안 계셨고, 사모님만 계셨다.


내부 구조는 대략 이렇다. 되게 조용한 카페인데... 5명 중에 목소리로 짱 먹는 사람이 일단 2명이라... 매우 시끄러웠을 것 같다. (죄송)

2시까지 오면, 브런치를 준다고 해서 잽싸게 갔는데... 다행히 먹을 수 있었다. ㅋ
브런치 세트는 두 가지가 있는데, 고기 들어가서 조금 더 비싼 쪽을 택했다. 맛있었는데 ... 양이 조금 적어서 아쉬웠다.
(브런치를 식사 대신 먹었으니 그럴 수 밖에 ... 아, 브런치는 식사지...)

아까 성 박물관에서 만났던 친구가 바로 전날 생일이라서, (하필 또 같이 안 다닌 날) 생일 축하겸 해서 와인 한 잔씩 하고 ... 그러면서 재밌게 놀았다. 아, 그 친구 얼굴이 저기 있구나. (자칭 경주 미녀란다. 경주 여자는 별로 못 봤으니까 판단 보류 ㅋㅋㅋ)




사실 이제는 다들 헤어질 때라서 가장 아쉬움이 컸던 시간들이었다. 말이야 '조만간 서울 올라갈께! '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만난 사람들이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여행 기간 중 만났던 그 어느 누구보다도 헤어지기 싫었던 순간이고, 그랬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ㅋㅋㅋ (친구랑 같이 왔던 ... 얘기에 별로 등장 안 했던 ㅠㅠ 누님은 빼고) 같이 저녁으로 오분자기를 먹기로 결의했다. 물론 그 와중에 그 경주 친구는 집에 갈 비행기표도 미뤄버리는 대범함을 선보였지만 ㅋㅋㅋ

마지막은 중문으로 가서, 오분자기 뚝배기를 먹었다 ... 오분자기는 전복 새끼이다.
확실히 전에 먹었던 전복 뚝배기에 있는 것보다 크기가 작다.




그리고 숙소는 협재에 있는 마레 게스트하우스... 인데, 중문에서는 너무 먼 거다 ㅠㅠ 대략 한 시간 거리...

그리고 이 때부터 비는 폭풍처럼 몰아쳤고 ... 인적 하나 없는 차도에는 안개마저 자욱했다.
제주도 내륙에는 사람이 잘 살지 않는다는 걸 정말 절실히 깨달았다. 가로등 없는 건 당연하고, 민가의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
믿을 건 자동차 헤드라이트와 네비게이션 뿐 ...

2007년 8월 언제 ... 부안, 군산 쯤의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호우경보 속을 뚫고 운전했을 때, 90km/h 이상 밟는 게 무서울 정도였는데 ... 이건 그나마 낮이었지... 여기는 밤에 안개끼니까 ... 50km/h만 밟아도 무서웠다. 아마 운전하면서 무서웠던 순간 Best 1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해서 겨우 찾아간 마레 게스트하우스에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고, 철제 2층 침대가 있어서... 지금까지의 게스트하우스와는 많이 달랐다. 보통은 침대가 나무였으니까.
체크인도 늦게 해서, 처음엔 조금 눈치보며 있기도 했었다... 그랬던 이유가 같은 방에 있던 건장한 남자 둘이었는데 ... 이 사람들은 이제 막 수능 끝낸 고3들이었던 것. 처음엔 내가 어려워했는데, 나중엔 인사까지 꼬박꼬박하니, 되레 미안해지기도 하고 그랬다.

차를 가진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 여기에서는 장을 내가 보고 왔는데 (당연히 직원 포함)  '차 타고 조금만 가면 되요' 라고 그래서 조금만 가면 될 줄 알았더니 ... 4.5km 정도를 가야되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협재해수욕장 쪽엔 큰 마트가 없어서 한림읍내까지 가야됐던 것. 어쩐지 편의점이 몇 개 보이더라니, 그 곳이 협재해수욕장이었다.

이 날은  뒤풀이는 늦게 시작해서... 대략 10시쯤? 그렇게 해서 한 12시쯤에 잔 것 같다.





  1. 용암 내 SiO2 함량이 낮은 용얌이다. 점성이 작아 유동성이 크며, 일출식 분화를 일으켜 용암대지나 순상화산을 만들어낸다. 알칼리성 용암은 맨틀에서 올라오는 것으로, 해령, 열점에서 올라오는 용암이 여기에 해당한다. [본문으로]
  2. SiO2의 함량이 높은 용암으로, 암석의 색이 밝다. 점성이 크고 유동성이 낮아 폭발식 분화를 일으키며, 산성 용암에 의한 지형은 경사가 급하다. 안산암, 조면암질 용암이 산성 용암으로, 이러한 용암들은 해양판-대륙판의 충돌 및 섭입과 관련하여 만들어진다. 즉, 대륙판 밑에 깔린 해양판이 녹아서 만들어진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