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지난 편, 13.01.15 :: 일본 칸사이. 나라(1) 나라코엔 편에 이어서.


나라코엔이 생각보다 꽤 넓다보니, 아마 1시간 정도만에 체력을 꽤 많이 소모했던 듯 하다. 그래도 나라코엔에서 내려오면 바로 나라마치로 연결되기 때문에, 따로 휴식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나라마치로 내려갔다.



6. 나라마치


일단 이거는, 카스가타이샤의 오모테산도에서 내려오다가 발견한 것. 이름은 무슨 별장이었던 것만 기억나는데, 여행책자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건 찾을 수가 없다. 구글지도를 참고해볼 때, 현재 이 건물은 나라국립박물관 불교미술자료연구센터로 이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나라마치는 꽤 오래 전부터 유지되어 온 일본 전통거리 정도라고 해서 굳이 가보았다. 한국으로 치면 전주 한옥마을이나 북촌 한옥마을 정도의 느낌일거라는 기대를 하고 간 셈. 다른 일본 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름 일본 전통의 냄새가 이곳 저곳에서 나는 곳이기도 하다.



01234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나라마치는 좀 실망스러웠다. 안내표지가 있지만 동선 안내가 좋은 편도 아니었고, 하필 이 날은 쉬는 곳도 많아서 전통적인 무언가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를테면 나라마치코시노이에는 전통적인 상점가를 재현한 곳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공휴일 다음 날이라 Closed. ... 꽤 걸어서 와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헛수고한 셈일 수 밖에 없다. 


01234

그 대신에 볼 수 있는 건 대개 문화재들 뿐인데, 곧 이어서 쓸 간고지를 비롯해서, 원래 간고지의 터를 볼 수 있는 곳도 있고, ...... 저 신사 이름이 뭐지, 아무튼 저것도 있다. 


그 밖에 나라마치자료관이나 나라시립사료보존관 같은 곳은 찾지 못한데다, 시간도 없고 해서 생략했다. 또 그나마 열린 곳은 상점이거나, 공방을 겸하거나 그런 종류라서 구경하면서 사진 찍는다거나 하는 건 좀 어려운 곳들 뿐이었다. 뭔가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서.. 일본어 잘 하는 애를 데리고 다시 가면 좀 다르게 보일까. (신짱이라든가?)



6-1. 간코지(元興寺)


꽤 오래된 사찰로 이야기되고 있고, 국보인가 세계문화유산인가 하여간 뭔가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건물을 봐서는 그런 간지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하니 일단 넘어가도록 한다.


절 자체는 굉장히 작은 동네 사찰 정도의 느낌이지만, 원래는 나라마치의 적지 않은 부분이 간코지의 일부였고, 지금 이 사진처럼 전혀 다른 곳에 간코지의 터가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간코지 자체도, 무슨 동네 골목길을 뒤지다보면 등장하는 그러한 절인지라, 더욱 동네 절의 느낌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듯 하다. 


0123456

절의 자세한 부분까지는 모르니까... 뭐 그냥 그렇다고 해두고 나라마치를 마저 구경했다.



7. 야쿠시지(藥師寺)


야쿠시지와 토쇼다이지는 나라코엔, 나라마치와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 이것들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인데, 나라코엔만큼의 인지도는 없어서 유적의 중요도에 비해 사람이 정말 현저히 적은 걸 체감할 수 있었다. 물론, 내가 거의 문 닫을 시간에 도착했던 이유가 있기도 하다.

나라마치에서 이동한 것이라 킨테츠나라역에서 출발해서 남바행 열차를 타고, 야마토사이다이지에서 환승하면 된다. ... 어디 행이었는지 기억이 갑자기 안 나는데...... 어...디더라... 암튼 급행이나 라이너 같은 건 절대!! 타면 안 되고, 보통(완행)을 타야 한다. 야마토사이다이지역이 종점이기 때문에 앉아가는데는 문제가 없는데, 어차피 딱 두 정거장만 가면 야쿠시지가 있는 니시노쿄역에 도착할 수 있다.

니시노쿄역은 정말 보통열차만 서게 생긴, 작은 간이역 느낌이 나는 역이다. 그리고 진짜로 배차 간격도 쩔게 길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음에 갈 때는 역 사진도 잘 찍어야지, 진짜... -_- (원래 잘 찍은 거 없지만) 마음 급하다고 정말 대충 다녔네.


니시노쿄역에서 야쿠시지까지는 금방이고, 입구도 금방 찾을 수 있는데... 큰 혼란은 매표소에서 온다. 야쿠시지가 도로 때문에 반으로 뚝 잘려있기 때문인데, 두 개 다 보는데 800엔 정도가 들어갔던 걸로 기억.


들어가면 뭐 이상한 건물들이 보이지만, 사실 그것들은 다 뒷부분들이고, 조금 각도를 돌리면 위의 사진들과 같은 건물들을 볼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이 본당인 금당(콘도)인데, 저것도 사실 뒷모습이다.



요런 종과 건물을 보면서 살짝 뒤로 돌아가면,



콘도의 앞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탑도. 서탑(사이토)인 걸로 보이는데, 최근에 복원된 것처럼 아주 깔끔한 외관을 지니고 있다.

야쿠시지 자체는 680년에 창건되었다고 하지만, 남은 건 딱히 없고 다들 복원되어서 새것의 냄새가 물씬 풍기고들 있다.


그리고 아까 들어간 곳으로 다시 나와서 조금 눈을 돌리면, 이 쪽으로 들어갈 수가 있는데... 이름은 기억 안 나고, 여행책자에도 일본어 표기는 없어서 뭐라 읽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심지어 한자도 그렇네.. -_-;;

대부분의 공간이 그냥 봐도 되는 공간이지만, 마지막 세번째 사진의 저 곳만은 입장권을 다시 확인한다.


팔각형의 건물 모양도 특이하지만, 안에는 다른 나라를 그린 (맞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일본의 근대 시대 이후에나 그려졌던가, 아니면 최근이겠지만 좋은 관람거리가 된다. 세계의 특징을 잘 잡아내서 그런 그림이었던 걸로 기억.


뭐 엄청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알차게 보고 지나갈 수 있는 코스가 된다. 

저 그림보다가 꽤 예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여자가 있었으나... 뭐 그냥 지나갔다. 일본에서 예쁜 여자를 보면 다 여행객 느낌이 있고, 한국인인 듯 하다. 새삼 얼굴은 한국인이 갑이라는 생각이 지나갔다.



8. 토쇼다이지


토쇼다이지는 니시노쿄역과 아마가쓰지역의 중간쯤에 있는데, 그래도 야쿠시지역에서 가는 게 더 낫다. 어쨌거나 약 1-2km 정도를 걸어야 닿을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야쿠시지에서 토쇼다이지까지는 직선의 길을 따라가면 되지만, 도로폭이 좁고 가끔 차가 다니는 길이라 걷기에 썩 좋지는 않다. 그리고 표지판은 부족하지 않고 목적지 부근에서도 찾을 수 있게 되어있으니까 걍 걸어가면 된다.


토쇼다이지의 입구와 금당(콘도). 시간이 많이 늦어서 그냥 저렇게만 볼까 했는데, 안 들어갔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 콘도는 그 지위에 맞게 웅장한 모습을 갖고 있다.


0123456789

절의 면적이 좀 큰 편인데다, 건물 배치가 오밀조밀하게 잘 모여있는 편이어서, 실제 보이는 것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녹지 공간도 많아서 조용히 참선 내지는 사색을 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있다.

열차역과는 거리가 상당한데다 거의 폐장시간에 가까웠기 때문에, 진짜 너무 조용해서 탈이었는데, 그런 매력을 갖고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 건물은 사방이 막힌데다, 문도 밖에서 잠그게 되어 있어서 건물의 용도가 상당히 궁금한데.. 심지어 계단에 있는 저것만 보더라도. 이제 더 사용하지 않는 건물인 건 맞는 것 같다.

이 건물은 교조(經藏), 호조(寶藏)이라고 설명하는데, 교창 건축이라고 여행책자가 알려주는데... 모르겠다. 대략 검색해보니 창고인 듯 하다. 사실 이 건물이 제일 놀라운 건, 국보란다. 으잉?



9. 스이닌천황릉


아무튼 이 정도까지 해서 토쇼다이지도 간략하게 둘러보고는, 다시 니시노쿄로 가지 않고 아마가쓰지역으로 향했다.

이유는 ... 이 사이에서 본 나라시 풍경이 꽤 괜찮아보여서였는데, 철길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그 풍경을 정확히 잡아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주변으로 가다보면 좋은 풍경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동한 것.



그치만 생각보다 그렇게 좋은 풍경은 나오지 않았고... 게다가 전깃줄... ㅠㅠㅠㅠㅠㅠ

아.. 안타까웠지만, 나라시의 전체적인 스카이라인(이라고 하기엔 참 미안한 수준)을 파악하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도시이긴 하지만, 지금은 오사카의 교외도시 수준인 나라시의 현재가 그대로 보인다고도 할 수 있을 듯.



여행 중 이용했던 구글맵에, 웬 호수 사이에 섬 같은 게 있던게 이 일대에서 보여서 저건 도대체 뭔가...했는데, 일본식 무덤이었다. ... 이것들 진짜 징그럽게도 크게 만들었다.

일본의 무덤양식 중에 한국의 남서부 해안에 있는 무덤양식과 비슷한데 엄청 큰게 있다라는 걸 대학 때 고대사 시간에 배운 기억이 있어서 그것만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는 이런 형태의 무덤이 곳곳에 있다. 


사진 한 장에 다 담기지 않을만큼 크고, 호수의 면적도 깊이도 상당하다. 일본의 고대 사회가 문화적으로 한국보다 덜 발달했을거라고 보는 건 일반적이지만, 경제력이나 내부 권력의 파워가 한국보다 어쩌면 더 강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 이런 부분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별로 천황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지만, 현지 명칭도 그렇고, 원어를 살려준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만 써주는데... 일본인이랑 얘기하는 거 아니면 그냥 일왕이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건 나의 생각.


이제 해가 다 떨어졌으니까, 오사카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