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전날 일정과 달리 이 날은 신짱과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어제는 그렇게 '못'한 거였으니까.

엄청 잘 먹는 신짱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먹을 건 보장한다고 봐도 될 듯. 게다가 코베는 소!!

그래서 이번엔 이전과 달리 먹는 얘기가 많다. ㅋㅋㅋ 나도 여행을 답사 위주로 다녀서 먹는 것들에는 관심이 덜했는데, 이번만큼 잘 먹은 날도 없을 듯. 

먹는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따로 빼두고, 이번 포스팅에는 본 얘기만 따로 정리하고자 한다.


0. 코베로 출발


코베로 가는 방법은 한큐전철, JR, 한신 등, 우리가 택한 것은 또 한큐 우메다로 가서 한큐전철을 타고 코베의 산노미야역까지 이동하는 것. 


우메다에서 전철 타기 바빠서 사진은 생략. 딱히 별 것도 없었다만..


산노미야(三ノ宮)에서 내리면 코베 도심의 일부와 만나게 된다. 코베가 일찍부터 개항하기는 했지만, 오사카보다는 조금 약한 느낌이 있다. 그래도 칸사이에서 오사카 다음의 산업 중심지이다. 


1월 14일은 성년의 날[각주:1]이어서, 키모노 입고 다니는 여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남자가 거의 안 보였다는 것도 특이한데, 저 여자들이 떼로 모여든 데가 어디였냐면, 산노미야역 인근 스티커사진가게. 한국이나 일본이나.. ㅋㅋ




1. 키타노이진칸


산노미야역 앞에서 시티투어버스를 타면 키타노이진칸으로 갈 수 있다. 중간에 토어로드라든가, 거류지 쪽 같은 관광지 가는데에는 이만큼 편리한 버스도 없을 듯 하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한 방향으로만 돈다는 점과 칸사이스루패스를 쓸 수 없다는 점이다. 요금은 1인당 1회에 250엔. 둘이 다니니까 딱 500엔씩 내고 다니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배차간격이 15-20분 정도 되는 듯 하다.


코베가 개항 역사가 좀 오래된 도시이고, 서구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도시이다 보니, 그런 것들을 시티투어에서도 반영시켰다. 외관 사진은 없지만, 외관은 노면 전차의 모양을 하고 있다. 내부는 일반적인 버스와 비슷해보이지만, 문이 하나만 있고 그 문 앞에 안내양이 있다. 요금은 선불이며 안내양이 받는다.


진짜 신기한 건, 흔히 일본 애니에서 들을법한 그런 간지러운 목소리를 저 여자가 그냥 내고 있다는거다. 처음엔 안내양이 쓰는 마이크에 음성변조장치가 있는가 했는데, 다음 번에 타보고나서야 저 여자의 네이티브라는 걸 알았다. 대단한 목소리다. ㅋㅋ


코베는 메이지유신 직전, 1868년 1월에 막부에 의해 요코하마, 니가타, 하코다테, 나가사키와 함께 개항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듯이 초기 개항지에는 외국인 거주구역(거류지)을 따로 두는 것이 보통이다. 코베에서는 코베시청 인근으로 거류지가 있고, 또 하나 이 곳, 키타노쵸 일대에 키타노이진칸(외인관)이 있었다.



외국인이 살았던 집들 하나하나가 모두 관광지이고, 대부분 개방되어 있다는 점은 좋은데. 문제는 전부 다 따로 돈을 받는다. 그것도 한 500엔씩..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돈 받으면 아마 망하겠지만. 여기도 그렇게 다 받는 건 비싸다는 걸 알아서였을까, 집 여러 개씩 묶어서 패스를 판다. 3, 4개 묶어서 패스를 만든 곳이 있는가 하면, 9개를 묶어서 패스를 팔기도 한다.


맨 처음에 들어간 곳이 '벤의 집'인데, 여기에서 패스를 문의하니, 9군데를 들어갈 수 있는 저 패스를 추천했다. 티켓부스에 있는 아주머니가 되게 친절했는데, 일본인이야 다 친절하니까 그건 그렇다 치겠지만, 심지어 한국어까지 섞어서 안내를 잘 해주신다. ㄷㄷㄷㄷㄷ 그냥 일본어를 써도 다 알아듣는 신짱이 있었으니까 별 문제는 안 됐지만 :D 
그래서 이번 여행은 '장님과 벙어리'로 정리하면 된다니까.


저 패스의 특징은 유효기간이 없다는 점. 그러니까 내가 이 날 보고 온 게 5개 밖에 안 되니까, 다음 기회에 키타노이진칸에 가서 나머지 4개를 채울 수 있다는거다. 패스의 가격이 무려 3천엔이나 하지만, 할인이라든가 유효기간이 없다는 점에서는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


패스에 표시된대로, 이 날 본 곳은 총 5군데.


첫번째는 벤의 집. 무슨 사냥을 즐겨했던 듯 하다. 집 곳곳에 동물 박제와 가죽이 가득가득하다.


두번째는 요칸나가야(洋關長屋, aka 프랑스관). 이런 게 서양식 가옥이지! 라는 느낌의 인테리어를 볼 수 있다. 외국인아파트였다고 하는데, 아무튼 화려하다. 


세번째는 우로코노이에(비늘의 집)과 우로코미술관. 집 외벽 타일이 물고기 비늘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우로코라니까 사람 이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왼쪽 입구가 미술관, 오른쪽 입구가 집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저 사람들이 만지는 건, 멧돼지 동상의 코. ... 저 코를 만지면 뭐가 잘 된다고 했던가,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사랑이 온다고 했던가. 아무튼 키타노이진칸엔 그런 것들이 꽤 있다.

그걸 다 누가 알려줬냐면, 아까 벤의 집에 있는 티켓부스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한국어로 알려줬다. ㅋㅋㅋ 근데 그 미션을 다 수행하지는 못했고, 이거랑 다음 꺼만 수행.


집의 인테리어는 아까 봤던 프랑스관과 비슷해서, 딱 서양집 느낌나는 그런 정도 수준. 조금 특이한 게 있다면 예쁜 그릇이 많다는 것.


그리고 이 곳에서 본 대박 풍경은 바로 이것. 코베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경치!! 이런 거 좋다. :D


그 다음에 미술관도 잠깐 들어가봤는데, 그림 사진은 당연히 안 찍으니까 없고. 난 그림을 봐도 잘 모르겠어서... 스킵.


마지막은 야마테8번관. 역시 메이지시대에 지어졌다고 하고, 미술작품과 불상이 있다...라는데 역시 마찬가지로 유심히 보지는 않았다. 불상이 많기는 정말 많은데, 이게 외국인 집에 있다는 것도 특징.


여기에도 소원을 이루어진다는 의자가 있는데, 불상이 있는 전시실 앞에 양 옆으로 있다. 좌측은 남자, 우측은 여자가 앉으면 된단다. 난 그냥 고용안정을 빌었다.




2. 구 거류지


(아.. 건물 각각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고 싶었는데, 여기는 카페, 자료는 집에. ㅠㅠ)


키타노이진칸에서 나왔을 때 시간이 좀 늦은 관계로, 시티투어버스로 바로 거류지부터 보고 배고픔을 해결하기로 했다. 배고픔을 못 참는 신짱에게는 고난의 시간이었으리라. 하긴 나도 배가 고파왔는데.


거류지라고 하는 건 코베 개항 초기에 외국인(그러니까 서양인)에게 거주가 허용된 구역을 의미한다. 키타노이진칸은 가옥 위주였지만, 코베시청 인근의 거류지는 업무 및 상업시설의 건물들이 남아있다. 그러니까 지금 남아있는 것들은 대개 그 당시의 고층건물.


구 거류지 일대는 현재 코베의 도심에 해당한다. 이런 곳이 거류지인가 싶을 정도로 옛날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매우 번화하고, 중심가의 면적이나 건물 높이 등을 봤을 때는 오사카와 비교할 만하다(오사카보다는 조금 못 하지만). 한국으로 치면 부산, 대구보다도 번화했을 듯 하다. 


한국에 있는 거류지의 특징이기도 한데, 특히 일제의 손이 닿았던 구역의 경우에, 가로망이 깨끗한 격자(grid)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여긴 일본이니까, 거류지 일대로 칭하는 구역은 반듯한 격자의 가로망을 갖추고 있다. 

다만 특이한 것은 1900년을 전후하여 조성된 거리일텐데도 불구하고 도로폭이 꽤 넓다는 점인데, 원래 저만큼의 도로폭을 확보했던 건지, 아니면 나중에 확장한 것인지는 확인 불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목포, 군산 등에 있는 일본 거류지에서의 도로폭은 넓어봐야 10m도 되지 않는데, 3차선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차도만 채웠을 때. 그런 것과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코베 쪽은 꽤 넓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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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거류지에는 옛날에 지은 건물이 여러 개가 있는데, 이름이나 뭐나 자료가 있어야만 그 존재가 명확해질 듯. 그냥 봐서는 전혀 알 수가 없고, 게다가 현대식으로 개조했다. 요즘엔 문화재를 겉만 남기고 내부는 리모델링해서 활용도를 높이는 추세라서, 내부는 본다고 해도 옛 모습을 느끼기 어렵다. (서울에 한국은행 건물 생각하면 될 듯)



3. 난킨마치


그러고보면 이 날 본 건 참 일관성 있다. 외국인 거주구역만 봤다는 점에서 ㅋㅋ 난킨은 남경을 일본식으로 읽은 건데, 일본엔 남경이 없고 중국 난징을 의미하는 것 같다. 어쨌거나 난킨마치는 차이나타운이다. 차이나타운은 일본에서 요코하마, 나가사키, 코베의 것이 빅3, 그리고 토쿄 이케부쿠로에 있다고 한다. 어느 자료에서 코베의 차이나타운이 3위라고 했던 것 같다.


(좌) 차이나타운이라면 당연히 있는 패루. 차이나타운이라는 중요한 표시 중에 하나가 되었다.

(우) 난킨마치라고 붙어있고 그냥 정자인데, 형태 자체가 일본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 연등들도 한국과는 다르고, 일본의 다른 거리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역시 중국적인 경관을 만드는 요소인 듯.


차이나타운의 특징은 역시 붉은색으로 장식된 여러 건물들. 좋은 의미가 있어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색이고, 그래서 온갖 군데에 다 갖다 쓴다.


먹을 게 많은 중국답게, 먹을 걸 파는 매장이 제일 많았다. 그러나 우리는 밥 먹으러 갈거니까, 그리고 그다지 맛있는 게 아니라는 신짱의 평에 따라, 스킵하고 바로 고기 먹으러 모자이크까지 급속행군했다.



이렇게 해서 코베에서 '본 것'들은 정리하고,

다음 편에는 '먹은 것'들을 모아볼 예정.




  1. 일본의 성년의 날은 1월 둘째주 월요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