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잉여롭고 심심한 방학의 한가운데에서, 일본에 유학하고 있는 지인(aka. 신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에 채 1분도 고민하지 않고 칸사이 여행을 결정하였다. 언제 출발할까를 고민하다가 결국 결정한 날짜는, 5일 후 출발. (사실 할 일도 없었는데 더 일찍 갈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가끔..) 그래서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정한 게 출발 3일 전, 어디서 뭘 관광할 건지 정하는 건 출발 하루 전.. 심지어 출발하는 날 새벽 5시까지 잠 안 자고 쿄토 여행 포인트 정리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그 지인이 거주하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해서 그 일대, 즉 간사이 지방을 둘러보기로 결정하였다.


0. 칸사이

칸사이(關西)[각주:1]는 일본의 한 지방의 명칭인데, 킨키(近畿)지방이라고도 한다. 일본 서열 2위의 오사카부[각주:2], 쿄토부, 코베가 포함된 효고현, 시가현, 나라현, 와카야마현, 미에현 등이 포함된다. (위키백과 긴키지방에 의하면, 법률이나 행정에 의해서 약간 탄력적인 듯 하다. 미에현, 후쿠이현이 법률이나 정의에 따라 포함되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다.) 야요이, 아스카와 같은 일본 선사시대에서부터 일본의 중세시대까지 일본의 수도였고, 그렇기 때문에 메이지 유신 이후 수도의 지위를 상실하고도 도쿄 다음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나중에 다루려고 하지만, (몇몇 도시지리학 논문에서 인용하는) "Network Cities: Creative Urban Agglomerations for the 21st Century (David F. Batten, 1995)"에서 이 칸사이 지방을 네덜란드의 란트슈타트 지역과 함께 '네트워크 도시'의 대표적인 사례로 다루기도 한다. 네트워크 도시는 하나의 대도시가 장악하는 형태라기보다는 몇 개의 도시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도시를 표현한다.




1. 칸사이국제공항 + 철도

해외 여행의 시작은 일단 공항이든 뭐든 도착하는 것부터 시작. 마일리지를 좀 쌓아볼까 했지만, 가격의 압박 때문에 결국은 제주항공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마일리지 쌓는 것보다 효과가 좋을 것이라 믿고 쓰는 수 밖에는. 그래도 1시간 40분 정도 타고 가는 거면, 작은 비행기 탄다고 특별히 불편할 건 없다. 

칸사이국제공항의 입국장은 1층, 여행안내센터도 1층에 위치해 있다. 국내선 탑승 2층, 국제선 출국은 4층.

비행기에서 내리니까 트램을 일단 타야하는 구조였다. 공항이 크긴 했는데, 너무 크다 싶기도 하다. 그리고... 

제주공항보다도 수하물을 늦게 뱉어낼 줄은 몰랐다. 암튼 이래저래 랜딩 이후에 까먹는 시간이 상당하다.


1층 여행안내센터(Travel Desk)에서 간사이 스루패스를 구입할 수 있으며, 2일권 3800엔, 3일권 5000엔. (패스 사진은 따로 안 찍었음) 간사이 스루패스는 보통 한국에서 구입해오는 것 같은데, 여기서 사는 것도 별로 어려운 거 아니니까 달라면 된다. 데스크에서 '칸사이쓰루파스...'라고만 해도 안내해준다. 그 다음엔 손가락으로 해도 가능 ㅋㅋㅋ 그런데 칸사이 스루패스 구입할 때는 현금만 된다. 


그리고 오사카 시내로 가는 전철을 타려면 2층으로 올라가서 공항건물 반대쪽으로 가면 된다. 그냥 가면 있으니까 찾기는 어렵지 않으나, 그것보다 표지판 찾는 게 더 골때림. 



이번에 칸사이 공항에서 오사카 들어갈 때, 그리고 반대로 공항으로 나올 때도 이용한 것은 난카이전철 공항선. '특급'!! 라피트 베타!! (솔직히 왜 라피트라고 표기하는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라피트. 원래는 Rapid.)

특급을 타려면 자판기에서 뽑는게 아니라 카운터로 가면 된다. 보통, 급행은 890엔, 좌석지정인 특급은 1100엔. 그리고 특급은 난카이남바역까지 35분만에 데려다준다. 급행이 특급보다 15분 더 걸린다고 하니까, 210엔은 15분과 교환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신짱이 기다린다기에, ... 는 핑계고 그냥 성질이 급해서 ㅋㅋㅋ 특급으로 선택. 후행열차를 기다리는 답답한 기분보다는 선행열차를 추월하는 게 더 기분이 좋으니까.


카운터에서 특급 하나 달라니까, 2200엔을 부르길래, 웬 2200엔인가 싶어서, "혼자인데요"라니까 급정정해주더라. ... 이게 감히 등쳐먹으려고 드네? ㅋㅋㅋ


열차의 외관은 은하철도999의 모습과 같다. 시간이 촉박해서 열차 사진은 안 찍어두었는데, 아무튼 그러하다. 그 사실을 알고 보면 저 크고 둥근 창문이 좀 새롭게 보일까.

암튼 저기 앉아서 편하게 갔다. 공항에 캐리어 끌고 오는 사람이 많은 관계로, 출입문 옆에 캐리어 보관함이 따로 있다. 잠금장치 같은 건 없는데, 어차피 같은 처지니까 안 훔쳐가겠지라는 근거없는 믿음으로 그냥 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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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는 35분동안 동영상 찍고, 사진 찍고... ㅋㅋㅋㅋ

2008년에 도쿄 여행할 때도 느낀 거지만, 일본의 대도시는 건물의 높이가 일반적인 대도시의 패턴과 잘 맞는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때문에 도심이 더 높다고 하기가 애매한 면이 있지만, 일본은 번화가가 높고, 주택은 낮다. 요즘엔 맨션을 높게 짓기는 하지만, 맨션의 위치가 번화가나 그 근처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잘 맞는 편이라고 본다.

또한 오사카 도시권이 넓기는 하지만, 간간히 이런 촌락의 형태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마을이 거의 연속적으로 나타나지만, 그 높이는 높지 않으며, 보통의 주택은 일본 전통가옥이 그러하듯이 2층 정도 된다. 그리고 철도 주변으로 가끔 저런 비닐하우스와 논밭이 나타나기도 해서, 전형적인 교외지역의 경관을 보이고 있다.




35분 딱 타고, 건물 높이가 높아지는 걸 실감할 때면, 난카이남바역에 도착한다. 역 구조가 좀 특이한데, 난카이 철도는 남바역이 종점이기 때문에 여러 철도가 갈라져서 들어오고, 열차 앞에 개찰구가 있다. (쿄토와 코베 갈 때 등장하는 한큐우메다역도 이런 구조다.) 한국 같으면 무조건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구조를 가질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몇 분 기다려서 신짱과 만남. 사람 진...짜 많고, 역 구조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복잡했다. 아마 상가인가 백화점인가 그거랑 같이 붙어있어서 그러할 듯.




일단 호텔이 난카이남바역 바로 위에 있는 스위소텔난카이였기에, 일단 체크인. 

밥 먹고 놀 생각에 들뜨고, 이야기하느라 정신 없고, 휴식 취하고...... 그 짓을 다하면서 사진 찍을 생각을 안 했더니 남은 건 이런 허접하고 흔들린 사진 하나 남았다. 아. 이 경치좋은 방에서 이게 뭐야. 다음 번에 비싼 돈 주고라도 이 호텔 잡아야겠다는 깊은 후회만 남았다.

참고로 두번째 사진은 새벽 3시인가, 그 때 찍은 것. 불이 켜져야 이쁘지.. ㅠㅠ



... 그나저나 도착하고 체크인 밖에 안 했는데, 말이 너무 많아서, 나머지는 다음으로.




  1. 보통 '간사이'라고 많이 읽지만, 영문표기도 Kansai인 걸로 미루어, 정확한 발음은 '칸사이'인 듯하여 그렇게 표기함. 쿄토와 코베도 마찬가지. [본문으로]
  2. 야간인구 기준으로는 도쿄, 요코하마에 이어 3위이지만, 주간인구 기준으로는 2위의 도시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