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잠시 잊고 살았다. 졸업했으니, 이제 개강도 안 하면서... 3월 됐다고 까먹는 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지만 -_-a;;;
((그러다 5월이 됐다... ㅠㅠ))

7일차는 마지막 날이고,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주체할 수 없었던 날이다. 그래서 가려던 곳 다음으로 계획에 없던 코스들 위주로 돌아다녔다. (갔다가 못 본 건... 무슨 이유에서인가 다 뺐다... 용머리해안 같은 것들 -_-;;)

((다리 얘기는 더 이상 하지 말자. 물으나 마나다.))



1. 협재 해수욕장

아예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마레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늦게 일어나서는 한참 밍기적거리다 나갔다. 그랬더니 9시였던가... -_-
이제 와서 생각하건데, 마레 게스트하우스에서 협재 해수욕장까지 네비 켜고 갔다는 게 정말 부끄럽지만... 방향감 모르면 그럴 수도 있다. ((나 그래도 지리교육과라고 사람들이 길 잘 알거라고 그러는데... ㅠㅠ // 사실 ... 전공이 이래도 길 모르는 사람도 많거니와, 나도 꽤 자주 방향 틀린다))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가까웠고, 가기도 쉬웠다. 심지어 전날 밤에 술과 안주를 조달하기 위해 운전했던 그 길 중간에 편의점 있던 그 곳이 협재 해수욕장 근처였던 것.


협재 해수욕장은 나를 바람으로 맞이해주었다. 백록담 바라보면서 질식할 뻔 했던 그 기억을, 협재 해수욕장에서 떠올리게 만들었다. ㄳㄳ
우선 협재 해수욕장은 흰 모래 해안이다. 제주도에서 해수욕장의 모래가 하얗다는 말은, 모래의 공급원이 제주도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제주도의 현무암이 아닌 주변의 바다에서 온, 패각사 ... 즉, 조개 같은 동물들의 사체가 모래의 공급원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제주도에 검은 모래 해수욕장이 제주도 자체에서 모래를 공급받기 위해 하천과 가까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흰 모래 해수욕장들은 하천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 또한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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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재 해수욕장에서 볼 수 있는 현무암들은 파호이호이 용암(pahoehoe lava)에서 유래했다. 파호이호이 용암은 아아 용암(aa lava)[각주:1]에 비해서 유동성이 큰 용암으로 용암의 표면이 식는 와중에도 내부에서는 흐르고 있어서, 용암동굴을 만들어낸다. 이 때 표면에서는 밑에서 흐르는 용암 때문에 주름이 생겨서, 새끼줄구조를 갖는다.
협재굴, 쌍용굴 등의 용암동굴과 일직선 상에 있는 협재 해수욕장의 현무암들은, 그래서 새끼줄구조를 볼 수 있다.

아무튼 바람 엄청 맞아서, 그냥 빨리 철수하고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ㅋㅋㅋ



2. 한림공원

한림공원은 ... 또 협재해수욕장에서 너무 가까이 있어서 충격 받았다. ㅋㅋㅋ 한편으로는 제주도에 표지판이 이렇게 안 되어있었나 하면서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고. 표지판은 안 되어 있고, 돌아보니 '한림공원' 이렇게 쓰여있길래 얼른 방향 틀어서 들어갔다.

아무튼 한림공원은 70년대 이후에 개인이 개발한 공원이다. 한림공원의 개척약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황무지를 흙 퍼다 나르고 해서, 아열대 식물도 키우고 해서 조성한 공원이다.

한림공원 안에는 아열대 식물원, 석/분재원 등이 있고, 아열대 식물원이 면적도 넓고 볼 것도 많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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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공원 안에는 (이걸 어떻게 개인이 소유하나 싶은) 협재굴과 쌍용굴이 있다.  (사진에서 협재굴과 쌍용굴은 별 구분 없이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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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다른 동굴들이 그렇듯이 협재굴과 쌍용굴도 용암동굴인데, 특이한 건 모래로 가득 차 있는 동굴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동굴은 위종유굴이라고 한다.
원래 협재굴과 쌍용굴의 위치는 사구 아래에 있던 곳이다. 즉 원래 동굴 안에 모래와 석회침전물이 가득하였다. 모래는 동굴의 입구를 통해서 유입되어 동굴 안을 가득 메웠을 것이다. 또한 동굴 위의 지표면에서 석회질이 용식되고, 다시 동굴 안에서 침전되면서 종유석과 석순 등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유석, 석순들은 발견하기도 어렵고, 규모도 석회동굴에 비해서 작다. 또한 동굴을 개방하기 위해 모래를 퍼내는 과정에서 많이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다. 심지어 종유석, 석순 등은 도굴도 당했다고 한다. 아무튼 그래서 지금은 종유석, 석순을 많이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아직도 모래는 바닥에 많이 쌓여있어서, 협재굴과 쌍용굴에 모래가 많이 관련되어 있음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특이하게 재암 민속마을을 안에 두고 있는데 ... 사람이 사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민속촌의 느낌이 많이 난다. 실제로도 원래 있던 마을을 옮겨다 구성한 것이란다.


그리고 이 날 점심으로 먹었던, 내겐 재앙 같았던 음식 ...


제주 토속 음식이라고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있게 '몸국'을 시켰다가 ... 완전 당했다 ㅠ_ㅠ 다른 건 문제가 아니었는데, 나 이 음식에 메밀가루가 들어가는 줄은 몰랐다. ㅠ_ㅠ 메밀 알레르기가 있는 나에게는 최악의 음식 ... 여행 마지막날 잡치고 차에서 푹~~~~~~~~~~ 쉬다가 겨우겨우 비행기 타고 갈 뻔했다.

후... 지금 이거 포스팅 하느라 보고 있는데 ... 보기만 해도 쏠린다 ... ㅠㅠ

아무튼 이 몸국 때문에 한림공원 관람은 여기서 접고 다음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3. 수월봉



몸국 때문에 죽을 것 같은 속을 겨우 진정시키고 ... 바로 달려간 곳은, 어제 보려다 비가 와서 스킵했던 수월봉이다. 수월봉은 잘 알려진 관광지는 아닌데, 올레 12코스의 일부이기도 하고, 지형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도 꽤 의미가 있어서 찾아갔다.

수월봉은 물오름, 물아리오름이라고 불리지만, 엄밀히 말하면 오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위의 왼쪽 사진에 멀리 보이는 당산봉 아래의 고산항과 사진에는 없지만 그 왼쪽으로 보일 차귀도와 연결되어 하나의 분화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넓은 분화구는 성산일출봉이라든가, 서귀포의 하논 분화구처럼 강력한 수증기 폭발에 의한 분화구였다. 다만 분화구가 높지 않고, 곧 바다에 의해 침수되어버렸을 뿐이다.
간단히 말하면, 수월봉과 고산항, 차귀도는 한 분화구의 둘레에 해당된다. (당산봉은 당오름이라고도 하는데, 별개의 오름이다)

수월봉 절벽에서는 응회암과 그 속의 탄낭구조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응회암은 화산회가 쌓여 만들어진 암석이고, 탄낭구조는 화산력이 응회암 속에 박혀있는 모양을 말한다.
수월봉 아래 절벽에서는 탄낭구조 같은 것들도 볼 수 있다고 해서 갔는데, 차로 이동한 까닭에 내려가는 곳을 제대로 찾지를 못해서 -_-;; 그 부분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다음 기회에 제대로 보고 와야겠다고, 또 다시 다짐하고 만다... ㅋㅋㅋ (다시 제주도 가서 보고 와야 될 것들을 정리해봐야할 것 같아)

고산기상대


그리고 수월봉 꼭대기에는 고산 기상대가 있다. 제주 기상청에 가면 나오는 '고산'은 고산지대가 아니다. ㅋㅋㅋ 이 곳이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이기 때문에 '고산'이라고 붙는 것일 뿐...



4. 오'설록 티뮤지엄 O'sulloc Tea Museum

답사하는 마음으로 보기에는, 되돌아가지 않는 이상에야 ... 볼 건 다 봤고 ... (난 아직도 용머리해안에 왜 안 갔나 의문이 들 뿐)
비행기 탈 때까지 남아있는 무려 7시간을 이용해 ㅋㅋㅋ 주로 박물관 위주로 한 번 마음을 먹어보았다.

그래서 먼저 간 곳은 수월봉에서 가까운 오설록 티뮤지엄. 아모레퍼시픽에서 운영하는 서광다원의 일부로, 국내 최대의 차 종합 전시관이라고 한다.


입장료가 한 8~9천원 하는 줄 알았더니, 공짜여서 매우 좋았다만 ... 들어가서 보다보니, 그렇게 입장료 받았으면 화날 뻔했다. 전시물은 대부분 찻잔과 같은 다기류. (생산지별로 차 잎이라도 전시할 줄 알았더니)

일단 박물관 자체가 깔끔해서, 오래 쉬기에도 적절한 분위기이다. 대부분 여기에서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던데, 아까 속이 상할대로 상해서 -_-;; 그냥 가볍게 녹차를 한 잔 하기로 결정. 적당히 우러나와서 맛도 깔끔하고 좋았다. 뜨거운 물을 더 달라고 하면 준다던데, 계속 여기 있을 건 아니니까 바로 이동했다.


오설록 티뮤지엄은 원래 전망대를 먼저 보고, 박물관을 본 다음에 물건을 사든지, 뭘 먹든지 하면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전망대를 나중에 가야지'라고 했다가 동선이 제대로 꼬여서 조금 귀찮게 됐다.

차밭으로 내려오면, 보다 차나무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보성과는 다르게 평지에 있기 때문에 웅장하다든가, 멋지다 같은 느낌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무지 넓다는 느낌.
특이한 건 바람개비인데, 이 바람개비는 (특히 가을에) 서리가 끼어 차나무에 습기가 차는 것을 방지하고자 설치된 것이다. 안개/서리는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는 날 잘 생기기 때문에, 바람을 강제적으로 만들어주면 안개와 서리를 예방할 수 있다.



5. 테디베어 뮤지엄

오설록 티뮤지엄에서 나오고는 바로 중문으로 내달려 테디베어 뮤지엄에 들어갔다. 뭐랄까, 아이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이, 남자 혼자 오는 경우는 좀 드문 편인가... 뭔가 어색했다. (남자 둘이 오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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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디베어 뮤지엄의 대부분의 전시물은 역시나 곰 인형, 즉 테디베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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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시실에서는 'Save the Earth'를 주제로 북극곰 테디베어(?) 북극 테디베어(?) 아우, 뭐야 ... 아무튼 그걸 주제로 전시하고 있었다.



6. 아프리카 박물관

테디베어 박물관과는 지척에 있어서, 한 번 가봤다.



1층에서는 아프리카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고, 2층에서는 아프리카의 여러 물건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신기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 아프리카 사회가 아직 원시 신앙 위주인지라, 주술적 의미를 가진 물건만 주구장창 보다보니 조금 질리는 감이 있다.
대부분의 전시품이 주술적으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종족은 각기 다르지만, 특징은 비슷했다.



7. 약천사

이미 서귀포에서 한참 가까이 왔길래 (..) ... 예전에 3-4일차까지 보고, 6일차에도 봤던 ... 소낭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1살 어린 동생이 추천해주었던 곳이다. 경주 동국대 다니던 친구인데, 나름 절에 관심을 갖고서 나에게 이야기 해주었던 적이 있다.

이제사 기억하자니 기억이 잘 안 나긴 하는데, 아마 ... 한중일 삼국의 절의 양식을 합친 것 같은 웅장하고 뭐 그런 느낌이었다고 한 것 같다.



아, 뭐랄까... 정체를 알 수 없는 현대식 사찰을 보는 느낌이었다.



8. 중산간도로 (1115) + 1100고지 도로 (1139)

어느 덧 시간도 됐고 해서, 돌아가는 길에는 일부러 조금 돌아서 서귀포에서 중산간도로를 타고 1100고지 도로를 타고 넘어가기로 결정했다. 맨 처음 계획은 중산간도로를 타고 아예 내려와서 제주도 서쪽에 있는 1117번 도로를 탈 생각이었는데, 가다보니까 1100고지 도로로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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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일몰 시간도 되서 중산간도로에서 보는 풍경은 참 멋있었다. 운전하기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도로 폭은 좁지만 통행량이 많지 않아 오히려 더 빨리 갈 수 있었다. 멀리 서귀포 시가지도 보이고, 한라산 백록담 방향으로도 볼 수 있다.

1100고지 도로 중간에는 1100고지 휴게소가 있다. 서귀포 시내에서 10℃ 이상이었지만, 1100고지 휴게소의 기온은 -1℃ ...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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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마지막 날, 서귀포 일대를 다 돌고 공항에 도착했다. 제주 신시가지에서 길을 한 번 헤맨데다 주유도 하고 그러느라,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다.


처음으로 가는 제주도이고, 같이 갈 사람 없고 임용고사도 떨어져 쓸쓸하게 갔다왔는데 ...
사람도 많이 남기고 ... 나중에 다시 와서 봐야 될 것도 많이 남기고 ... 뭐 그랬다. 나름의 재미도 있었고.
어느 날 하루도 버리기 아까울 정도로 의미있던 날들이었다.


요새 공부도 안 되는데 또 가고 싶네 ... 답사나 한 번 더 하러... ㅋㅋㅋ





< reference >
이우평, 2007, 한국지형산책 2, 푸른숲
박종관, 2009, 박종관 교수의 Let's Go! 지리여행, 지오북(geobook)
  1. aa lava는 pahoehoe lava에 비해 유동성이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aa lava 역시 현무암질 용암의 일종으로 유동성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따라서 aa lava도 표면이 식으면서 내부에서는 유동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래서 그 둘의 차이는 표면이 얼마나 거치냐에 따라 구분된다. (출처 : en.wikipedia.org/wiki/lava)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