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 9일차 ]


아쿠레이리에서 2박을 마무리하고 웨스트피오르드 Westfjords 까지 이동해야 하는 날.

숙소 기준으로만 보면, 아쿠레이리 백패커스에서 Bíldudalur HI Hostel까지, 구글맵 기준 502km, 6시간 16분이 소요되는 무지막지한 거리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가장 빠른 길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풍경이 좋은 길을 찾아서 조금 우회해보니 출발에서 도착까지 12시간을 운전했던 날이기도 하다.



아이슬란드 카페를 통해 아쿠레이리에서 서부 아이슬란드로 갈 때 링로드보다는 우회로가 예쁘다는 글을 보고서 이 쪽 루트를 결정했다.

우회로라고 하면, 아쿠레이리에서 링로드를 따라가다가 82번 도로로 진입하고 계속 직진하는 루트이다. 

자연스럽게 82번 - 76번 도로로 연결되고 다음 관광 스팟 때문에 중간에 75번으로 갈아타는 경로로 진행하였다.


위의 사진은 이름도 저렇게 어렵지만, 이름 자체도 이 글을 올리다가 알았다. 호수라는 의미의 -vatn이 붙어있는데, 저것이 호수라는 사실도 이 글을 쓰다가 알았다.


사진을 찍고 있을 당시에는 사진 속 풍경이 당연히 피오르 해안의 말단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틀리지는 않는다만,

다만 전방에 피오르를 가로막는 퇴적물이 쌓여 있어서 이 부분이 호수가 된 것.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주변의 피오르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앞에 퇴적물로 인해 호수 환경으로 변해있다.

아마도 퇴적물의 증가를 추정해볼 수 있거나, 해수면 변동에 의한 퇴적 활동의 증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82번, 76번 도로에서 피오르 해안의 풍경을 실컷 감상하고 75번 도로를 따라가다보면 Glaumbær에 도착한다.

아이슬란드 전통 가옥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내부 관람에는 입장료가 있다. 


앞에서 보이는 저 집들은 창고들이라서 다른 공간과는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내부의 각 방과 부엌, 내부 창고들은 개미집을 평면으로 보듯이 연결되어 있다. 


지붕에 잔디를 올린 것은 보온, 단열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며, 같은 목적으로 벽도 두꺼운 흙벽돌을 비스듬히 쌓아서 만든 것 같다.

그 비스듬히 쌓았다는 점 때문에 전통 가옥의 벽에는 독특한 무늬가 있다.



Glaumbær 관람을 마치고 카페에서 달다구리로 식사도 하고 나면, 

이제 남은 일은 Bíldudalur까지 달리는 일 뿐이다. (그래서 사진도 더 없다.)


남은 경로는 링로드(1) - 68 - 59 - 60 - 63번 도로의 순서이며, 이 중 링로드와 68번 도로, 60번 도로의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모두 사진과 같은 자갈길, gravel road이다.

60, 61번 도로는 모두 포장되었다는 글을 아이슬란드 카페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 기준으로 보면 자갈길도 포장은 포장이었다. 

60번 도로는 일부 구간에서 예상 외로 도로 컨디션이 상당히 좋지 않은 편이었고, 간간히 20%에 이르는 고갯길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최악은 63번 도로. 도로가 바퀴 자국을 따라 파여있고 중간중간 포트홀이 있었으며, 헤어핀 커브를 포함한 고갯길에 게다가 안개도 심했다.

어쩐지 며칠 전의 939번 도로 같지만, 속도가 자연스럽게 붙는 내리막은 더 두렵다.


6시간 넘는 시간을 내리 운전하면서 대부분을 자갈길에서 운전한다는 건 아주아주 피곤한 일이다.

운전하다 만나는 표지판 중 가장 무서운 것이 'Gravel Road Ahead'였으니까...



사진은 60번 도로를 따라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모습. 도로 상태는 꽤 괜찮은 편이고, 그 앞으로 피오르 해안이 쭉쭉 펼쳐진다. 

피오르를 따라 달린다는 점이 처음엔 신기하지만, 운전하다보면 '겨우 이것 밖에 안 왔나'하는 마음이 들게 해서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 10일차 ]


링로드 여행자들이 웨스트피오르드까지 오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게다가 Bíldudalur는 외진 곳에 위치하기에 호스텔에는 투숙객도 많지 않았다. 

심지어 나에게는 6인실 하나를 통채로 내주었다. 호스텔연맹의 공식 호스텔이라 저렴하기도 했고, 싱글룸처럼 누린 면도 있어서, 일정 전체에서 가장 경제적인 숙소였다.


웨스트피오르드 지역은 지역 전체가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 @visitwestfjords 을 운영하고 있고, 호스텔에도 관광지도를 잘 배치하여 홍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


Bíldudalur는 퍼핀이라는 새의 집단 서식지로 유명한 Látrabjarg와도 인접하다. (인접해서 1시간 반 정도의 거리다.)

하지만 가깝다고 해도 1시간 반의 거리는 부담스러워서 그 중간에 있는 붉은 모래 해변, Rauðasandur, Red Sand Beach를 찾아갔다.


사진에서 보듯이 찾아가는 도로는 거칠지는 않지만, 도로 폭이 매우 좁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특징적인 것이 도로의 색. 이미 붉은 색의 토양이 눈에 띄어서, 해변의 모래를 누가 공급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게 한다.



이 일대는 대부분 붉거나 갈색인 암반으로부터 모래가 떨어져 나와 앞부분에 모래사장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절벽과 그 아래에 쌓인 사면이 그러한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바닷가에 위치한 천연 온천인 Hellulaug를 찾아가려고 했으나, 근처에서 갑자기 표지판이 증발해버리는 마법을 경험하며 실패.


이미 충분히 시간이 늦어지는 것 같아 바로 Dynjandi 폭포까지 이동했다.

Dynjandi는 사진에서 맨 윗부분에 있는 그 폭포의 이름이지만, 이 글의 맨 첫 사진에서처럼 이 일대 폭포 전체를 통칭하는데에도 쓰이는 이름이다.


ND필터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 (유효 범위를 넘김) 망한 사진이 많다.



Dynjandi 일대를 지나는 60번 도로는 자갈길만 존재한다.

이 자갈길은 þingeyri 도시를 지나고 나서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바뀌게 되고, 이 상태로 웨스트피오르드의 중심 도시인 이사피외르두르 Ísafjörður 까지 이어진다.

특이한 건 어느 순간부터는 터널이 연속되는데, 이 터널은 차량 교행이 불가능한 단차선의 터널이며 중간에 대피로가 있다. 

더 놀라운 건, 그런 터널 중간에 삼거리가 있다는 점. 




웨스트피오르드의 북부 쪽으로 이동하여 Ósvör 박물관을 찾았다. 

EBS 세계테마기행에서도 방영된 박물관으로, 아이슬란드 어부들의 전통 가옥과 선박을 만날 수 있다.

800인가 900isk의 입장료가 있으며, 전통 복장을 한 직원의 1:1 가이드투어도 가능하다. (여기까지 오는 사람 별로 없다니까...)


잔디가 올라간 지붕은 이미 전날 Glaumbær에서도 봤고, 그 이전에도 봤기에 더 신기할 건 없지만

그들이 사용한 도구, 그리고 건조장에서 생선을 말리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서 좀 더 유익하다.




그리고 다시 이어진 초초초장거리 운전. (난 왜 이렇게 일정을 짰는가...)

웨스트피오르드 지역 깊숙한 곳에 있는 이사피외르두르에서부터 ...... 스나이펠스네스 Snæfellsnes 반도의 그룬다피오르드 Grundarfjörður 까지 한 번에 이동해야 했다.

이번에도 구글맵으로 5시간 거리. 숙소에 10시 체크인을 위해 달리고 달렸다.


중간에 히치하이킹하는 독일 여자 2명도 태우고, 잠시 차 안에서 자기 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웨스트피오르드에서 빠져나가는 61번, 60번 도로는 완전 포장도로이기에 운전에 불편함은 딱히 없었지만,

60번 도로에서 스나이펠스네스로 들어가는 54번 도로는 진입하는 그 순간부터 시련을 안겨주었다. 노면이 굉장히 거칠다.


그런 노면을 한참을 달리다가 사진과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사실 저게 54번 도로의 북부 구간 중에 유일하게 만들어진 주차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위치에서 쉬어갔지만 이름은 딱히 알 수가 없었는데, 구글맵에서는 이 곳을 Església Breidabólsstadur 라는 긴 이름으로 '회당'이라고 표시를 해두었다.


이 위치에서 그룬다피오르드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고, 중간에 스티키스홀무르 Stykkishólmur 로 향하는 도로와 갈라지는 지점부터는 54번 도로도 아스팔트가 되어 무난하게 운전할 수 있다.



[ 11일차 ]


스나이펠스네스 snæfellsnes 반도 일대에서 관광은 스나이펠스요쿨 국립공원 Snæfellsjökull National Park 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면 간단히 끝난다.

한 바퀴 돌면서 나타나는 관광지들을 들러서 사진 찍고 즐기는 데 꼬박 하루가 필요한 곳.

전날 굳이 무리해서 웨스트피오르드에서 스나이펠스네스까지 왔던 덕분에 그나마 여유있는 일정이 갖추어졌다.


시작은 인스타그램 핫 플레이스, 키르큐펠 Kirkjufell 이라는 산과 그 앞에 있는 키르큐펠포스 Kirkjufellsfoss 사진을 찍는 것으로.

이렇게 어우러져 있으니까 둘이 되게 예쁘게 잘 어울리는 것 같겠지만 ...... 가보시라 ㅋㅋㅋㅋㅋ


백야 시즌이니까 적당한 일몰에 맞춰서 어울리게 찍는 걸 생각했지만, 이 날은 흐려서 노을이 예쁘게 안 떨어졌다. 전 날은 피곤해서 나갈 생각을 하지 못했고.

대낮에 ND필터를 써서 쓰다보니 사진이 좀 어색해진 느낌이 없지 않아 많음...

그래도 표준렌즈보단 광각렌즈를 이용하는 쪽을 추천.



그룬다피외르뒤르 Grundarfjörður 라는 도시에서 키르큐펠 Kirkjufell 산을 지나 Ólafsvík 도시를 지나 574번 도로를 타면 본격적인 스나이펠스요쿨 국립공원 투어가 시작된다.

중간중간 무슨 유적지 같은 것들을 안내해주는 표지판을 따라 구경을 하다가

오른쪽 어딘가로 뭔가 좁고 험난한 길을 따라가보면 이 바닷가를 만날 수 있다.


구글맵에서는 번호를 알려주지 않지만, 스트리트뷰로 보면 579번 도로라고 알려주고 있다. 

사실 일반 승용차로 가기에는 굉장히 도로 컨디션이 나쁘지만, 속도를 낮추면 그래도 끝까지 갈 수 있다.

579번 도로의 최종 목적지는 어떤 등대 두 곳.


그 579번 도로를 따라가다보면 차가 많이 세워진 곳이 있는데, 거기에서 내려 바라본 바다가 지금 이 사진의 이 곳.

현무암 암반 사이에 펼쳐진 하얀 모래의 해변이 특징적인 이 곳의 이름은 딱히 없었는데, 구글링해보니 사진에 있는 저런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579번 도로를 따라 끝까지 가면 갈림길이 나오고, 각각 다른 등대에 도착할 수 있다.

Öndverðarnes 라는 등대로 가려면 오른쪽

그리고 왼쪽으로 가면 Skálasnagi 또는 Svörtuloft 라는 이름의 등대에 도착한다.


지금 사진은 Skálasnagi 등대에서 산책로를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볼 수 있는 거대한 해식 동굴.

파도가 칠 때마다 동굴 안으로 파도가 들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절벽에 있는 하얀 것들은 새똥... 퍼핀을 기대했지만 퍼핀은 볼 수 없었다.



등대까지 갔던 그 험난한 길을 되돌아나와 다시 574번 도로를 따라 이동하면 작지만 검은 분화구를 볼 수 있다. 

사실 여러 개 있어서 헷갈리지만, 들어갈 수 있는 도로와 표지판이 몇 없어서 구분이 어렵지 않다.

그리고 많은 관광객들이 여기는 잘 놓치지 않는다.


분화구의 이름은 삭스홀 Saxhóll.

가운데에 분화구가 있는 전형적인 스코리아콘으로 제주의 오름과 같다. 

그리고 분화구에는 붉고 가벼운 돌들이 많이 있다. 이 점도 오름과 같다.



Saxhóll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Djúpalónssandur 라는 긴 이름의 해변이다.

아까 봤던 하얀 모래 해변과는 달리, 검은 색의 모래가 눈에 띄는 해변이다.


사실 이 해변의 포인트는 바닷가까지 협곡을 따라 이동하게끔 되어 있다는 점. 

그리 깊은 건 아니지만 뚜렷한 협곡을 따라 이동해야 한다.



Djúpalónssandur에서 오래 시간을 두지 않았는데, 1시간에 한 번씩 가이드투어를 해야하는 이 동굴 때문이었다.

바튼스헬리르 Vatnshellir 라는 이름의 이 동굴은 굳이 예약은 필요하지 않지만, 1시간 단위로 운영되는 가이드투어를 통해서만 입장할 수 있다.


인근의 농부에 의해 발견되어 식수를 공급하는 통로로 이용됐다는 이 동굴은 

탐사해보니 3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중에 일부 구간을 가이드투어로 공개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랜턴도 지급하지만 가이드가 들고 있는 랜턴이 단연 최고. 저 랜턴으로 필요한 부분을 비추어가며 설명한다.

동굴 내에는 아무런 조명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다만 모든 설명은 영어로 진행되고, 재미도 있는 것 같지만, ......


용암 중에는 괴상한 모양을 한 것들이 많이 있는데, 이것들을 유럽인들은 잘 알고 있는 괴물, 트롤과 연결하여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글을 쓰면서도 참고하는 블로그가 있는데, 그 블로그 운영자가 이 동굴에 방문했을 때의 가이드와 내 사진 속의 가이드는 같은 사람이라는 우연도 있다.

* 참고 : ég eiska big - 65 바튼스헬리르 동굴 투어 http://elska.kr/220591093601



여행을 하다보니 사고가 나는 것도 다 보는데, 이 사고는 바튼스헬리르 동굴 투어가 출발하기 전에 난 사고.

두 대가 같이 가다가 앞 차가 투어 주차장에 진입하려고 정지하는 순간, 뒷 차가 앞 차를 피하다가 도로 밖으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

1시간 정도의 투어가 끝난 시점이란 걸 감안하면, 지역 사정으로 사고가 나도 응급처치가 빠를 수는 없다는 점을 알 수 있겠다.



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Lóndrangar 라는 이름의 절벽.

저기 불쑥 솟은 건 지형학에서는 (혹은 한국지리나 세계지리 교과에서 나오는) 시스택이겠지만, 문제는 저것이 육지 위에 불쑥 솟아있다는 것.

그리고 아랫 부분, 윗 부분을 같이 보면 계단 상의 지형이라는 점에서,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해안단구의 사진이 되겠다.

아마도 스나이펠스네스에서 용암이 솟는 과정에서 육지가 솟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론드란가르 Lóndrangar 는 두 방향에서 접근이 가능하고, 실제로 걸어갈 수 있다. 1시간 정도 걸어가면.

한 쪽 방향에서는 이렇게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했지만, 다른 한 쪽은 그냥 걸어가게끔 만들어두었다.


만약 바튼스헬리르를 먼저 보고 론드란가르를 본다면, 첫 번째 표지판은 무시하고 두 번째 표지판이 알려주는 전망대에서 보는 걸 권장한다.

첫 번째 표지판 따라가면 영양가도 없는 걸 보겠다고 쓸데없이 많이 걸어야 한다.

두 번째 표지판을 따라, 이 사진을 찍은 절벽/전망대의 이름은 þúfubjarg 라고 한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르나르스타피 Arnarstapi 사진을 보고 찾아갔지만, 같은 사진 포인트를 찾는 것은 실패했다.

그 포인트 역시 이 사진과 마찬가지로 바위에 큰 구멍이 뚫린 모양이 예쁜 것인데, 모양은 조금 다르다.

아르나르스타피 해안을 산책로를 따라 잠시 걸어본 정도로는 찾을 수 없었나보다.


사실 이 해안 산책로는 아르나르스타피 마을의 바닷가를 따라 연결되어 있는 게 전부가 아니라,

인근의 헬나르 Hellnar 라는 지점까지 이어진 트래킹 코스가 있고, 반대로는 Búðir까지 연결된 트래킹 코스도 있다.



이미 이 시점에서 시간이 늦어져서 숙소가 있는 Grundafjörður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마지막 날을 앞두고 있다.



[ 12일차 ]


이제 아이슬란드 여행의 마지막 날.

스나이펠스네스에서 랑요쿨까지 내려와서 투어를 하나 클리어하고, 공항 가서 렌터카 반납하고 공항 앞 호텔에 들어가는 것까지가 이 날 할 일의 전부였다.


이 날 해야 할 투어는 랑요쿨 Langjökull 에 파놓은 거대한 인공동굴에 들어가는 Into the Glacier 투어이다.

투어 미팅 장소까지 가려면 링로드 - 50번 - 518번 순서로 가야 하는데,

그렇게 가다보면 


이렇게 생긴 폭포, 흐라운포사르 Hraunfoassar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용암대지, 쉬운 말로 lava field 아래에서 흐르던 지하수가 강을 따라 솟아나오는 폭포이다. 

따라서 위에는 물이 흐르는 흔적이 전혀 없지만, 절벽에서는 물이 솟아나는데

그 아래 물 색이 너무 예뻐. 그런 곳이다.



미팅 장소에서 차를 타고 거의 1시간 가까이, 빙하가 깎아낸 거친 평원을 가로질러서 올라가면 Klaki Base camp에 도착하게 된다.

그 곳에서 복장을 받을 사람은 받는데, 웬만한 사람들은 딱히 복장을 받고 갈 필요는 없다.

그리고 다시 거대한 바퀴를 가진 전용 차량으로 옮겨타고 이 거대한 빙모(ice cap)을 올라가면, 인공동굴의 입구에 도착.


사진에 나온 사람들은 또 이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 친구들.

분명 아이슬란드에 한국인 보기 쉽지 않다고 했는데... 자주 만났다.

아무튼 이 친구들에 슬쩍 묻어서 같이 갔다.


(사실 저렇게 사진 찍으려고 멀리 갔다가 제지당했다.)



동굴은 겉만 봐도 티가 나듯이, 완벽한 인공 동굴. 연구 및 관광을 목적으로 만든 동굴이다.

어떤 구간에서는 벽에 둥글게 구멍을 만들어, 빙하가 얼마나 누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포인트도 있었다. 


사실 가이드가 설명을 정말 열심히 해주지만, 발음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게다가 내 영어 실력...


그리고 6월은 썩 동굴 투어에 좋은 시즌은 아니라는게, 얼음이 녹아서 바닥에 물을 흥건히 고이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구간은 동굴을 따라 그냥 걷다가,

빙하의 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색의 변화, 무늬와 같은 것들을 통해 기후변화를 알아볼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다 진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요 포인트는 바로 크레바스 crevasse, 즉 빙하에 갈라진 큰 틈이다.

산 정상에 있는 빙모(ice cap)에 크레바스가 있다는 건 나중에 생각해보니 또 그것대로 신기한 장면이긴 하다.

어쨌든 인공동굴이다보니, 크레바스를 가로질러서 관찰할 수 있도록 데크도 설치해두었다.


사진은 지나치게 밝게 보정한 것이고, 실제로는 어두컴컴하다.

이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벽에는 줄무늬가 있는데, 그 해의 적설량이나 기온 등을 반영한다. 가끔 시꺼먼 줄이 있다면 그건 화산 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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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투어를 마지막으로 다시 레이캬비크로 복귀하...려다가, 바로 케플라비크 공항으로 향했다.


중간에 주유도 하고 세차도 하고 ... (?!)

세차는 의무는 아닌데, 자동차임대계약서에는 심한 오염에도 비용을 청구한다고... 그 덕분인지 대부분 세차를 하고 반납하긴 한다.

그런데 보통 물 끼얹고 마는 세차를 귀찮다는 이유로 돈 들여서 기계 세차 돌렸는데 (무려 3,000isk) 렌터카에 새겨진 여러 흔적들을 그냥 ... 지나가주었다.


케플라비크 공항에서 유럽 쪽으로 뜨는 비행기는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리고 점심 쯤에는 한가하다가 또 오후에 갑자기 바글바글해지는 그런 공항이다.

그런 비행 스케줄 때문에 마지막 밤을 보내는 방법도 천차만별인데, 

흔한 방법은 레이캬비크에서 4시에 출발해서 오는 방법... 그리고 전날 밤에 공항에 도착해서 노숙.

그것보다 덜 인기 있는 방법이 공항 근처 케플라비크에서 4시보다는 늦게 출발하는 방법, 그리고 내가 선택한 공항 앞 호텔에서 자는 방법 (그리고 가장 비싼 방법) 이 있다.

순전히 렌터카 빨리 반납해버리고 편하게 쉬었다 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그리고 마지막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 공항에서 만난 풍경은 ... 충격 그 자체의 도떼기 시장 같은 풍경.

케플라비크 공항은 항공사 카운터가 따로 없고 전부 셀프체크인하고 짐 부치는데, 그 짐 부치는 줄에 서서 기다리는데도 30분? 어쩌면 1시간은 기다렸을 듯.


그리고 케플라비크에서 암스테르담 가는 FI 501편은 지연됐다고 한다...

간식이나 먹고 ... 피곤하기도 하고 보안검사도 귀찮으니까, 암스테르담 구경은 그냥 취소했다고 한다.

그렇게 스키폴공항에서 맥주나 마시다가 귀국했다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