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2016년 6월.

여름에 해가 지지 않는다는 백야를 목전에 둔 시점에 아이슬란드를 다녀왔다. 6월 3일부터 15일까지, 12일간.

12일간의 기간 동안 1번 국도인 링로드를 따라 아이슬란드 전체를 한 바퀴 돌다가 웨스트피오르드Westfjord, 스나이펠스네스 반도Snaefellsnes에 이르기까지 갈 수 있는 모든 곳에 체크인을 했다.


6월 15일부터 하지(21/22일)까지의 기간에는 일몰 시각이 자정 넘어 00:15까지 연장되어 사실상의 백야가 나타나는 시점이다.

6월부터는 해가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만큼 내륙지방인 하이랜드의 길이 열리고, 캠핑장을 비롯한 각종 시설물이 개장하는 성수기이며, 

기온이 가장 높은 7월을 지나 8월까지 성수기가 이어진다.


타이틀 사진은 아이슬란드의 기본 관광지이자 성지 같은 곳, 싱벨리어 국립공원 Thingvellir National Park. 



[ 1일차 ]


아이슬란드까지 항공 직항편은 없고 암스테르담, 헬싱키, 런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환승해야 한다.

tvN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에서 이용한 것과 동일하게 KLM을 타고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환승해서 아이슬란드로 이동했다.

다만 이 방법은 스키폴 공항에 새벽 4시 도착, 오후 2시 출발이라는 어마어마한 환승 대기 시간이 있어서 시내 관광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알스미어 플로라 홀랜드 Aalsmeer Flora Holland

스키폴 공항 인근의 알스미어 Aalsmeer 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꽃 경매장.

경매 뿐만 아니라 각종 꽃 상품들을 관리하는 물류 창고의 개념과도 비슷해서, 실제 물건이 옮겨지는 장면과 경매 장면을 모두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관광지와 달리 7시에 오픈하기에, 이른 시간에 찾아갈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스키폴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으므로 찾아보는 것도 추천.



아이슬란드 전체에 30만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어서 레이캬비크는 평소에 그다지 붐비지 않지만,

이들에게도 '불금'은 존재하므로 금요일만은 다르다. 다른 지방에서 지내는 사람도 레이캬비크로 와서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고 즐기다가 가기 때문에 밤새 왁자지껄한 분위기이다.


이 사진이 촬영된 시각은 오후 11시.해가 덜 져서 여전히 밝은 데다가, 많은 사람들이 펍과 클럽에서 술 마시고 즐기고 있는 시점이라 여전히 바글바글하다.


아이슬란드 카페에서 연락한 사람과 같이 저녁을 먹은 덕분에 첫 날부터 혼자 식당을 찾아 더듬더듬 헤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 날부터 일어났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잘 못 자는 습관 덕분에... 대략 30시간 만에 드디어 제대로 된 잠을 잘 수 있었다. 



[ 2일차 ]


시차 때문에 아주 길었던 6월 3일이 지나고 ... 

4일은 아침부터 레이캬비크 시내의 박물관, 시청 주변을 걷는 것으로 시작.

시청 근처에 있는 Reykjavik 871±2 라는 이름의 박물관(당시엔 그 이름인데 현재는 The Settlement Exhibition으로 부르는 듯)을 보고 

다시 시청 주변을 보고, 때마침 토요일이라 벼룩시장 구경하고, 핫도그를 먹는 것으로 일단 시내 구경을 마무리하였다.



바로 이어서 골든서클 Golden Circle 투어.

레이캬비크 근교에 있는 싱벨리어국립공원, 굴포스 폭포, 간헐천 게이시르를 묶어서 원데이 투어가 가능해서 골든서클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실제로 원형으로 배열되지 않았고, '골든'이라는 말 때문에 잔뜩 기대했다가 실망했다는 푸념을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우선 가장 가까우면서 시작점이 되는 싱벨리어 국립공원 Thingvellir National Park까지 이동해서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판이 갈라지는 그 곳을 충분히 느꼈다.

이 안에는 아이슬란드 최초의 의회가 세워졌다는 Alþingi도 있고, Öxararfoss라는 폭포도 있고, 여러 열하fissure가 있어서 긴 시간을 두고 산책해도 좋다.

Silfra라는 이름의 fissure에서는 스노클링과 다이빙도 가능하지만, 예산과 시간의 이유로 하지는 않았다.

* þ은 영어로는 p가 아니라 th으로 표기하고 발음도 그와 같다. ð는 d로 대체.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판이 갈라진다는 점을 굉장히 강조하지만,

하나의 큰 열하fissure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여러 군데에 있다보니 정확히 여기서 쫙 갈라진다는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다. 굳이 갖다붙이자면, 열하 군락이 있는 느낌.



Kerið라는 이름의 분화구이면서 지형학에서는 스코리아콘이라고 부른다.

분화구를 돌면서 바닥에 깔려있는 것은 모두 스코리아라고 부르는 붉은 색의 화산쇄설물. 들어보면 모두 구멍이 크고 많으며, 돌 자체가 아주 가볍다.


Kerid는 골든서클에는 속하지 않지만 정확히 가는 길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그리고 아이슬란드에서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는 스팟이기도 하다. 400isk인데 주차 초소 같은 곳에서 카드 결제도 가능하다는 점이 놀랍다.



Gullfoss, 굴포스라고 읽는 게 보통의 경우이지만, 원래 아이슬란드어에서 ll은 [ㅟ들]처럼 발음한다고 하여 귀들포스라고 적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아.

협곡 아래로 뚝 떨어지는 2단 폭포인데다 수량이 워낙에 많아 거대한 느낌을 준다.

그런 규모만큼이나 물방울이 하도 많이 튀어서 카메라 장비 보호에 신경을 써야하는 곳이기도 하다.



간헐천이라는 말의 영어 표현, Geyser의 어원이 되는 Geysir, 게이시르라고 읽는 게 보통이다.

Geysir에 도착하면 간헐천 여러 개가 집단으로 모여 있다. 이 집단을 Geysir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 중에 가장 사이즈가 큰 간헐천을 Geysir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 Geysir는 활동이 잠잠해졌고 그 바로 옆에 있는 스트로쿠르Strokkur라는 간헐천이 오히려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 사진 속 간헐천도 스트로쿠르.


게이시르에서 9시까지 사진을 찍고서야 저녁 생각이 나서 레이캬비크로 복귀하였다.



[ 3일차 ]


레이캬비크 시내는 작아서 금새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그 작은 시내 가운데 언덕에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Hallgrimskirkja 가 있다.

오래된 교회 아니고, 현대 건축양식의 교회로 전망대까지 엘리베이터로 편안하게 올라갈 수 있다.

유일한 고층 건물이라 올라가면 레이캬비크 시내 전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남들 잘 안 가는 여행지 하나. 레이캬비크 야외 박물관... 현지어로는 저게 뭐라고 읽는건지... ㅋ

전통가옥들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방문한 곳이고, 사진과 같이 전통 복장과 아이슬란드 말도 볼 수 있다.

여러 가옥들에 들어가서 인테리어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박물관이다.



레이캬비크에서 케플라비크 국제 공항으로 가는 길은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온 반도를 따라 쭉 이어지고, 그 반도를 레이캬네스 반도 Reykjanes 라고 한다. (-nes는 반도)

레이캬네스 반도는 생성된 지 얼마 안 된 육지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중간에는 '또' 북미판과 유라시아판이 갈라지는 경계도 있다.

그리고 아이슬란드 관광객들의 필수 인증 코스인 블루라군Blue Lagoon도 레이캬네스에 있다.


레이캬네스에서 화산활동이 여전히 활발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여러 지점 중 하나가 크리수비크 Krysuvik 또는 셀툰 Seltun이라고 부르는 이 지열 지대(Geothermal Area)이다.



3일차에 잡힌 중요한 일정은 Inside the Volcano 투어.

저 읽지도 못하겠는 Thrihunukagigur라는 화산의 마그마채임버로 들어가볼 수 있는 투어이다. 가격도 무려 42,000isk, 한국 돈으로 대략 40만원. 헐.

어쩐지 아이슬란드 카페에서도 이걸 갔다왔다는 사람 찾기도 힘들었다. 


레이캬네스 반도 어딘가의 약속 장소에서 약속 시각보다 뒤늦게 만나 편도 한 시간 가량을 하이킹을 하여 대피소에서 잠시 휴식,

그리고 본격적으로 마그마채임버에 진입하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내려가면 한 눈에 보이는 그 공간이 전부이지만, 화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 4일차 ]


레이캬비크 근교를 드디어 벗어나서 본격적인 아이슬란드 링로드 투어에 돌입하였다.

일단 처음 간 곳은 또 누가 별로 가지 않는 그 곳. 하지만 그래도 여기는 생각보다 많은 한국 사람이 방문한 섬이다.


아이슬란드 남부의 Landeyjahöfn 항구에서 30분 정도 배를 타면 들어갈 수 있는 헤이마에이 Heimaey 섬.

원래 있던 섬인데 1977년 화산폭발로 인해 섬이 확장되어 더 특징적인 섬이 되었다. 이러한 내용으로 EBS 세계테마기행에서도 방송되어 관심이 더 커져 방문했다.

하루를 잡고 하루 숙박하고 나오는 경우도 많지만, 일정 상 어쩔 수 없이 총 6시간 정도만을 할당할 수 있었다.



1977년 화산 폭발로 인해 집이 화산재에 묻혀있는 곳.

이 집의 바로 옆에 Eldheimer 박물관이 있다. 내부에는 화산재에 묻혔던 집을 복원하여 전시하고 있고, 화산 폭발 당시의 사진을 전시해서 그 당시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뒤에 있는 언덕이 1977년에 만들어진 화산 Eldfell

윗 사진에서도 사진 오른쪽 부분이 화산 분화 이후에 새로 만들어진 영역이라고.

Eldfell 화산의 정상에 오르면 여전히 스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부분도 만날 수 있다.



다시 뭍(?!)으로 넘어오면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폭포, 셀랴란드스포스 Seljalandsfoss 가 있다.

어쩐 일인지 <꽃보다 청춘>에서는 가지 않았던 폭포인데, 폭포 뒤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가 좋은 폭포이다.

사진 촬영 난이도 별 5개. 폭포에서 튀어오르는 물방울 때문에 렌즈를 가리는 일이 다반사...



Seljalandsfoss 폭포에서 300미터 정도 걸어가면 볼 수 있는 Gljufrabui 폭포.

약간 드러난 이 틈새를 찾아 들어가면 높은 곳에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이 날 일정의 마무리는 스코가포스 Skogafoss.


전날까지 바글바글한 호스텔 도미토리에서 묵다가 드디어 들어온 (스코가포스 옆에 있는) 호텔의 싱글룸은 ... 최악이었다.

공동화장실 ... 참을 수 있지만, 호텔 안에 침대만 덜렁 있는 엄청난 시설은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게다가 라면 하나 끓여먹기 힘든 열악한 호텔 환경마저도.

덕분에 당분간 참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ㅠㅠ



너무 길어져서 다음 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