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좋은 숙소에서 쌓인 피로를 해결하고 깔끔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좋은 기억을 가지고 광주에서 출발.

이번 최지선 여름 답사에서 마지막 코스는 구례의 화엄사 선상지.


수능은 물론 교원 임용시험에서도 출제된 적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선상지이다.


표지 사진은 현지 주민을 인터뷰하는 두 하 선생님.

그 중 한 분은 작년 4월 고성 송지호에서 석호를 탐방하시다 발을 내어주신 바 있는 적극적인 그 선생님이시다.




광주 동명동에서 각자의 차를 가지고 알아서 출발한 우리들이 집결한 곳은 화엄사 입구 아래에 있는 지리산생태탐방연수원.

선상지의 꼭대기 부분, 선정에 해당할 것으로 추측했던 곳이다.


도착해보니 선정이라기보단 그냥 계곡 한가운데라는 느낌이 강한 곳인데

다른 분들이 드론에 집중하는 사이에 하천(마산천) 주변을 둘러보니 둥근 게 좀 박힌 것 같다?!



분명 생태연수원을 만들면서 터를 좀 다져놓은 것 같아서 이 돌들이 원래 있던건지 가져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원래 있던 게 맞다면, 분명 단구화된 선상지 면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보통 선상지에 대해서 설명할 때는 골짜기 입구(곡구)에서 흘러나온 토사가 쌓여 하천이 지표면 아래로 복류한다고 한다.

하지만 선상지 형성이 이미 충분히 진행되고 나면 선상지 위로도 하천이 다시 흐르게 되고, 그 하천에 의해 선상지가 파괴되면서 기존의 선상지면이 단구화된다.


화엄사선상지는 선상지 위로 하천이 흐르면서 기존의 선상지가 단구화된 곳이다.

라는 걸 선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이게 공사하느라 쌓은 게 아니라는 전제에서)


---

우리나라의 선상지는 건조기후 지역에서 발달하는 선상지와 달리 퇴적물의 두께가 얕다고 이야기 되는데,

이 때문에 선상지 존재 여부에 대해 꾸준히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대표적인 곳이 사천에 존재하는 선상지에 대하여 선상지냐 아니면 페디먼트라고 표현된 산록완사면이냐의 논쟁.


올해 서울대 1정 연수 지리과 강의 중 지형학 시간에는 산록완사면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었는데 (선상지는 비교용으로만...)

그 때 제시되었던 예봉산 산록완사면과 같은 사례와 비교해보고 혼자 판단한 결과,

선상지와 산록완사면의 차이는 '곡구'의 존재가 분명한가?로 정리해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정리되었다.




지리산생태탐방연수원에서 선상지보다 반달가슴곰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어린이 둘과 그 보호자를 두고, 화엄사선상지의 랜드마크 대지저수지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길에 여기가 선상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경사는 완만하지만 어쨌거나 분명 고도가 낮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 그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되겠다.

하나는 가속하지 않아도 차가 잘 굴러간다는 점과

또 하나는 논이 계단 상으로 점점 내려가고 있다는 점.


대지저수지는 선상지의 중간 부분인 선앙 어딘가에 바닥을 튼튼하게 올려 그 곳에 물을 가둬둔 형태의 저수지가 되겠다.

대개 큰 댐과 수문을 두고 저수지를 만드는 것과는 또 다른 형태의 저수지.

저수지 한 바퀴 자체가 거대한 벽으로 되어 있다.




드론을 사용해도 한 번에 담을 수 없는 큰 규모의 선상지이고

선정에서 선단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고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논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드론도 날려보고 ㅋㅋ




경관에서 별 차이가 나는 것 같지 않은데, 분명 여기는 선단 정도에 해당한다.

지하수가 솟아나는 곳이 있다고 하여 찾아온 곳이 있었는데, 그 길 건너편.

여전히 경사는 꾸준히 낮아지고 있으며, 선상지가 섬진강에 끊어질 때까지 이런 식으로 이어진다.



이 곳은 당몰샘.

선상지의 하천은 원래 지하로 숨어 흐르다가 선단에 이르면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오는 곳이 되는데, 이렇게 용천, 또는 샘이 된다.

화엄사선상지는 이미 마산천이 지표로 흐르지만, 복류하는 하천은 여러 갈래가 있을 것이므로 이런 샘이 있는 것도 가능하다.



개구리 오랜만에 보는 도시 촌놈...

볼 때마다 느끼지만 개구리는 내 생각보다 너무 작다.




여기가 아직 선상지에 해당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게 해주는

바닥에 치워진 저 동그란 돌들.

아주 동그랗지 않은데, 어쨌거나 여기는 하천의 상류이라서 그런 것도 있고, 계속 물과 접촉하는 하안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화엄사선상지는 아니고 그 옆에 있는 다른 선상지.

구례에는 지리산 자락 아래로 화엄사선상지를 비롯한 여러 선상지가 연속적으로 분포한다. (합류선상지)


선상지는 내부에서 걸어보면 완만한 경사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지만, 멀리서 보면 거의 평면에 가까운 완경사이다.

(앞서 이야기한 산록완사면은 이것보다 보통 가파르다.)


이걸 찍은 곳은 구례의 농협연수원 쪽이지만 아쉽게도 들어가서 볼 수는 없었다.

몇은 드론으로 찍은 것 같고, 나는 조망포인트를 찾아서 이렇게.




마지막은 이렇게 단사로. 어린이와 보호자는 단사 이후에 식당에서 다시 만나서... 


이 단사는 분명 내 카메라로 찍은 거긴 한데, 2년 넘게 쓴 내 카메라인데도 타이머 설정을 어떻게 했는지를 까먹어서 사진 찍기가 힘들었다.

보통은 와이파이로 연결해서 했는데, 거리 멀다고 끊기더라고......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후에는 한우 식당에서 육회비빔밥과 소머리국밥으로 마무리.

인터넷 검색해서 급하게 찾아간 곳인데 역시 맛있었다.

답사에서 숙소와 음식도 중요한데 왜 그런 걸 자꾸 안 찍어뒀을까를 자책하며 이번 답사기도 마무리.